한국의 인구 이동, 특히 청년들의 이동은 수도권으로의 일방통행이다. ‘인서울’ 대학 진학을 통해 상경한 청년들은 학업을 마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청년들도 일자리를 찾아 다시 수도권으로 몰린다. 매년 10만 명의 청년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향한다.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들이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들보다 돈은 많이 벌지만 행복감은 더 낮고 ‘번아웃’(소진) 경험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계청이 26일 발간한 ‘통계플러스 가을호’를 보면 19∼34세의 비수도권 출신 청년 가운데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의 연평균 소득은 2022년 기준 2743만 원으로,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2034만 원)보다 709만 원(34.9%) 더 많았다. 청년 인구 대비 취업자 비중도 수도권으로 간 청년(72.5%)이 지역에 남은 청년(66.4%)보다 높았다. 1000대 기업 본사의 73.6%가 밀집해 기회가 더 많은 수도권으로의 이동이 취업과 소득을 위해서는 ‘합리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삶의 질을 보면 정반대였다.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이 느끼는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6.76점으로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6.92점)보다 낮았다. ‘최근 1년간 번아웃됐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수도권 이동 청년은 42.0%로, 비수도권 잔류 청년보다 12.3%포인트 높았다. 수도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청년들은 건강이 더 나빴고, 더 좁은 집에 살았다. 더 오래 일했고 통근 시간도 길었다. 높은 주거비 부담 때문에 빚도 더 많았다. 낯선 환경에서 느꼈을 두려움과 외로움은 통계 숫자론 담아낼 수 없다.
▷청년들 앞에 놓인 현실은 축구장 반쪽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 같다. 한쪽에선 공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몸싸움 속에 부상자가 속출하는데, 이를 지켜보는 반대쪽에선 그저 공을 만져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만으로도 부러울 뿐이다. 청년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계속 공부하고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번아웃과 열패감,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이 공존하는 마이너스 게임을 이젠 그만할 때가 됐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