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현 산업2부 차장
지난달 이상직 전 무소속 의원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가 경매에서 감정가보다 19억 원 높은 금액에 낙찰됐다. 전용면적 107㎡ 아파트의 감정가는 52억 원, 낙찰가는 71억1110만 원이었다. 응찰자는 21명에 달했고 차순위 입찰 가격도 67억 원이 넘었다.
열기가 뜨거웠던 이유는 조합원 지위, 즉 입주권 때문이었다. 올해 3월 착공했으니 입주권을 사서 몇 년을 기다리면 반포 새 아파트에 입성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11월 입주하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입주권은 전용면적 84㎡ 기준 1월 18억 원대에서 지난달 24억 원대까지 올랐다.
문제는 공급이다. 삼성증권은 7월 ‘주택시장전망’ 보고서에서 1만2000채 규모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내년 초까지 완료되면 내년과 내후년 서울 아파트 입주량은 연간 1만 채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연평균 3만 채가 유입되던 것에 비해 큰 폭의 감소다. 그럼 아파트를 어디에 지을 것인가. 다들 살고 싶은 도심엔 빈 땅이 거의 없다. 결국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필수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9년 한국주택학회의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2∼2018년 393곳의 정비구역을 해제했다. 보고서를 총괄한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이로 인해 2014∼2026년 착공되지 못한 주택 물량을 24만8889채로 추산했다. 1기 신도시 5곳 전체의 주택 수인 39만2000채의 60%가 넘는 물량이다.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핵심 내용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는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준공 30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에 재건축의 첫 단추인 안전진단 통과 의무를 사업시행 인가 전까지로 늦춰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재건축 단계를 통합 진행하고 용적률을 올려 사업성을 높여주는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법은 아직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정비사업의 결과물인 신축 아파트는 구축 대비 비쌀 수밖에 없다. 신축 물량이 대거 공급된 직후 국지적 집값 상승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이주 문제는 신축매입임대 등을 활용한 임대주택을 통해 원주민에게 저렴한 가격에 기존 노후 주택보다 나은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강유현 산업2부 차장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