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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심야 자율주행택시 타보니… 차간거리 유지-감속 척척, 무리한 차선변경땐 ‘아찔’

입력 | 2024-09-27 03:00:00

곳곳 공사에 절반은 사람이 운전
좌회전 경로 때 직진하는 오류도
美-中선 잇단 사고에 규제 내놔
“상용화 위해 안전규정 마련해야”



25일 오후 11시경 서울 강남구 학여울역 인근 도로에서 서울시의 심야 자율주행택시가 주행하고 있다. 아직 일부 수동주행이 필요해 시험운전자가 운전석에 타 있는 모습. 시는 26일부터 강남, 서초구 일대 시범운행지구에서 이 택시를 무료로 운행한다. 뉴시스


26일 오전 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쌍용종합상가 앞. 2.7km 떨어진 지하철 2호선 선릉역까지 가려고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서울 자율차’를 호출했다. 차가 배정됐다는 알림이 뜨더니 곧 택시가 도착했다. 일반 택시와 외관은 거의 비슷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 자율주행 장비들이 달려 있었다. 뒷좌석에 타자 택시는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라는 음성이 나왔다. 운전석에는 비상 상황을 대비한 자율주행업체 직원이 앉아 있었지만 운전대, 가속 및 감속 페달에서는 손발을 떼고 있었다. 잠시 후 운전대가 ‘스르륵’ 스스로 움직이며 차가 앞으로 나아갔다.

● 자율주행 택시 타보니 ‘절반 이상’은 사람 개입

동아일보 기자는 26일 오후 11시부터 강남 일대에서 국내 최초로 운행되는 서울시 심야 자율주행 택시를 같은 날 오전 1시에 미리 30분간 타봤다. 자율주행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승차감이 부드럽고 앞차와의 거리 유지 등도 능숙했지만, 종종 차량이 흔들릴 만큼 과격하게 차선을 바꾸거나 잘못 진입하는 등 문제점도 드러났다.

출발한 지 수초 만에 앞에 공사 구간이 나왔다. 그러자 조수석의 직원이 운전대를 붙잡아 이를 피해 갔다. 이후 2개의 공사 구간이 더 나왔을 땐 차에서 “공사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수동 주행하세요”라는 안내 음성이 나왔다. 총 30여 분의 운행 시간 중 직원이 절반 이상 운전에 개입했다.

자율주행 택시는 교통 신호등을 제법 잘 인식하고 과속도 하지 않았다. 시속 40km대로 일정하게 달렸다. 좌회전, 우회전할 땐 시속 20km대로 감속한 뒤 안전하게 코너를 돌았다. 사람 운전자는 마음이 급하면 앞차에 너무 달라붙는 경우도 있는데 자율주행 택시는 주행 내내 멀찍이 거리를 유지했다.

● 순식간 차선 3개 변경 ‘아찔’ 순간도

다만 오류도 있었다. 포스코사거리에선 내비게이션에 따르면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차선을 잘못 진입해 직진했다. 기자가 깜짝 놀랄 만큼 급격한 차선 변경으로 ‘위험 운전’에 가까운 상황도 있었다. 쌍용종합상가 앞으로 되돌아와 도착할 때엔 택시가 4개 차선 중 3개를 오른쪽으로 한꺼번에 확 가로질러 차선을 바꿨다. 택시도 크게 흔들리고, 안에 탄 기자도 몸이 휘청일 정도였다. 직원은 “정해진 구간 안에서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데 앞에 다른 차가 있는 걸 인식하다 보니 조금 무리하게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택시가 먼저 도입된 미국과 중국의 일부 도시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무인택시(로보택시)를 상용화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지난해 10월 로보택시가 보행자를 들이받은 뒤 6m 가까이를 끌고 가 중상을 입혔다. 이후 캘리포니아 차량국에서는 로보택시의 운행대수 50% 감축을 지시한 바 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자율주행차의 상업적 운행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다. 로보택시엔 운전자가 꼭 동행할 필요는 없지만 원격 운전자가 있어야 하고, 이 원격 운전자는 한 번에 최대 3대까지의 차를 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자율주행 택시의 본격 상용화를 위해서는 이 같은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