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옥살이한 전직 복서 하카마다 재심 법원 “증거 날조, 범인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복역한 사형수로 알려진 전직 일본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袴田巖·88·사진) 씨가 법원에서 재심(再審)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살인범으로 붙잡힌 지 58년 만에 모든 누명을 벗게 됐다.
일본 시즈오카지법은 26일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았던 하카마다 씨를 “범인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증거를 날조했다”고도 인정했다.
이른바 ‘하카마다 사건’이라 불리는 해당 사건은 일본에서 형사사법 제도의 문제점과 사형 폐지 논란을 다룰 때마다 등장한다. 하카마다 씨는 1966년 시즈오카현 시미즈시에서 자신이 일하던 된장 공장의 전무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폭행과 강압 수사로 어쩔 수 없이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1980년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 판결까지 받았다.
석방 뒤 자택에서 지내고 있는 하카마다 씨는 오랜 복역 후유증과 고령 탓에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다. 10년 전 판사로 재심 결정을 내린 무라야마 히로아키(村山浩昭) 변호사는 “내가 재심 개시를 내렸기 때문에 무죄를 간절히 바랐다”며 “검찰은 절대 항소해선 안 된다. 무죄 판결이 나왔으니 그에게 자유의 몸이 됐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카마다 사건의 진범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