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오래된 유제품 정체 우유-염소젖 케피르 치즈로 확인 치즈 속 락토바실루스 유전자 분석 유산균, 인체 적응도 높이며 진화
중국 북서부 신장 지역에서 발견된 청동기 시대 미라. 리원잉 제공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치즈의 정체는 동물의 젖을 유산균과 효모 등 미생물로 발효시켜 만든 ‘케피르(kefir) 치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치즈를 만들 때 쓰이는 유산균이 인간의 식생활에 영향을 받아 진화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푸차오메이 중국과학원 척추동물 고생물학 및 고인류학연구소 교수팀은 약 3600년 전 미라에서 발견된 고대 치즈의 기원과 치즈 발효에 쓰이는 미생물의 진화 과정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25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셀’에 공개했다.
미라에서 발견된 케피르 치즈. 양이민 제공
연구팀은 고대 치즈 속 락토바실루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현대의 같은 종과 비교해 지난 3600년 동안 미생물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파악했다. 그 결과 락토바실루스는 다른 균주와 유전물질을 교환하며 점차 유전적 안정성과 발효 능력이 향상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현대의 락토바실루스는 과거보다 인간의 장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유전적 교류를 통해 인간 숙주에 더 잘 적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락토바실루스는 크게 러시아와 티베트에서 각각 유래한 두 그룹으로 나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요구르트나 치즈를 만드는 데 가장 널리 쓰이는 건 러시아 유형이다. 고대 치즈에서 발견된 락토바실루스는 티베트 유형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케피르 문화’가 러시아 북코카서스 산악 지역에서 시작돼 전파됐다는 오랜 믿음에 도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푸 교수는 “고대 치즈를 연구하면 조상들의 식생활과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