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증세가 심해 입원 치료를 받았던 이들의 뇌가 쪼그라들고 인지 기능이 저하 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이라면 20년이 걸릴 뇌의 노화가 코로나19로 인해 순식간에 진행됐다는 것이다.
영국 리버풀 대학교가 주도하고 킹스칼리지 런던과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참여한 공동연구의 결과다. 이는 영국 정부가 지원하는 ‘코로나 19 임상 신경과학 연구’(COVID-CNS)의 일환으로 이뤄졌으며, 의과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2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리버풀 대학교의 연구 보도자료 등에 따르면 코로나 19 증세가 심각해 입원 치료를 받은 연구 대상자들은 12~18개월이 지난 후에도 인지 기능이 저하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코로나 감염 이후 인지 저하가 정상적인 노화의 20년 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입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들에서 나타난 것으로 코로나19를 겪은 모든 사람으로 범위를 넓혀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시험한 모든 인지능력 평가에서 나타난 기능 저하와 혈액 검사 결과가 보여주는 뇌 손상 우려는 코로나가 호흡기 문제 회복 후에도 뇌와 정신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제1 저자인 리버풀 대학교의 그레타 우드 박사는 “코로나-19로 입원한 후 많은 사람이 ‘브레인 포그’(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되는 현상)라고 불리는 지속적인 인지 증상을 토로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인지 저하의 증거가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뇌 손상의 생물학적 증거가 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복하는지 여부는 불확실했다”며 연구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입원 전력이 있는 351명을 2927명의 정상 대조군과 비교했다. 인지, 혈청 바이오마커, 신경영상 비교 연구를 1년간 진행했다.
351명 중에는 코로나 19 감염으로 인한 신경계 합병증을 겪은 사람(54%)과 그렇지 않은 사람(46%)이 섞여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최신 연구에서 우리는 신경계 합병증이 있거나 없는 코로나 19 입원 환자 351명을 연구했다. 우리는 코로나 19의 급성 신경계 합병증이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 모두 나이, 성별, 교육 수준에 비해 인지 기능이 저하된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3000명의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라고 우드 박사는 덧붙였다.
베네딕트 마이클 리버풀 대학교 신경과학과 교수는 “코로나 19는 단순히 폐 질환이 아니다. 가장 심하게 영향을 받은 환자들이 뇌 합병증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이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 감염 후 중증으로 입원 전력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인지 저하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12~18개월 후에도 인지 저하가 확인 됐다며 “이러한 지속적인 인지 저하는 신경학적 합병증이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없는 환자에게서도 나타났으며, 이는 코로나 19 자체가 신경학적 진단 없이도 인지 장애를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혈액 내 뇌 세포 손상 바이오마커 및 MRI에서 확인된 뇌 영역의 용적 감소와의 연관성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측정 가능한 생물학적 작용원리가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