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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새 총리에 ‘비주류’ 이시바…5번째 도전 끝 당선

입력 | 2024-09-27 16:17:00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9월 27일  일본 자민당 선거에서 총재로 선출됐다.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27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전 간사장이 선출됐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27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2차 결선 투표에서 215표를 얻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194표)을 제치고 총재로 뽑혔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1차 투표에서 1위에 올랐지만, 결선에서 역전 당했다. 일본은 내각제 국가로,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오는 10월 1일 열리는 임시 국회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후임이자 일본의 102대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 1986년 최연소 중의원 선거 당선…日 대표 ‘방위통’

이시바 신임 총재는 1957년 2월 도쿄 지요다구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인 고향은 보수 성향이 강한 돗토리(鳥取)현이다. 자민당 소속 이시바 지로(石破二朗) 전 돗토리현 지사가 그의 아버지다. 이후 도쿄 게이오대 법학부를 졸업해 1979년 미쓰이은행(현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 입사했고 1981년 부친이 사망한 이후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栄) 전 총리의 권유로 “정치를 하지 말라”는 부친의 유언을 어기고 정치에 뛰어 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1986년 29세의 나이로 중의원 선거에서 최연소로 당선돼 40년 가까이 정치권에 몸을 담았다. 현재 12선 의원이다. 방위청 장관, 방위상, 농림수산상, 지방창생담당상 등 풍부한 내각 경험을 쌓았다.

특히 2001년 모리 요시로(森喜朗) 내각에서 방위청 부장관으로 임명됐고 이듬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내각에서 장관으로 승격했다. 이후 지금까지 대표적인 ‘방위통’으로 꼽힌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미국의 핵무기를 일본에서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을 이번 선거에서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 한-일관계에는 비교적 온건…“가해자로서 역사 직시해야”

2024년 9월 18일 연설 전 모습. 이시바 시게루 X(옛 트위터) 갈무리



이시바 신임 총재는 강경 보수파인 다카이치 후보에 비해 한일 역사문제 등에서 비교적 온건한 목소리를 내온 인물로 평가됐다. 그는 출마를 앞두고 출간한 책에서 “한·일관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명확한 리더십으로 극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호기를 일본도 활용해 윤석열 정권이 한국 내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장이 되도록 가능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적었다.

저서 속 ‘가해자는 잊어도 피해자는 잊지 않는다’는 소제목의 글에서는 싱가포르 방문 일화를 소개하며 “가해자로서의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이 글에서 그는 “일국의 문화와 언어, 제도 및 군대를 잃어버리도록 하는 합병’이 얼마나 상대국 국민의 긍지와 아이덴티티(정체성)에 상처를 주는 것인지, 이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채로는 일·한의 진짜 신뢰관계는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또 양국이 허심탄회한 대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영토, 위안부, 징용공 등 양측 주장에 큰 차이가 있는 과제는 많고 그 근저에 역사 인식 차이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기술했다.

● “아베 퇴진” 외치던 ‘비주류’…공부하는 의원으로 유명

이시바 시게루 X(옛 트위터) 갈무리



이시바 신임 총재는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대표적인 정적으로도 꼽혔다. 아베 총리 시절이던 2007년 자민당이 상원 선거에서 패하자 이시바 신임 총재는 “퇴진”을 대놓고 외치기도 했다. 아베 후원회가 후원금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2014년 아베는 이시바에게 안보법제담당상을 제안하며 손을 내밀었지만 그는 거절했고 결국 둘 사이는 완전 멀어졌다. 이후 이시바 신임 총재는 줄곧 당내에서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자민당 의원 사이에서 ‘공부하는 의원’으로 통한다. 비서가 사온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사무실에서 정책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취미는 독서와 요리다. 특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를 가장 좋아한다. 일본술과 와인을 좋아한다. 철도광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짝사랑을 하던 여성과 결혼에 성공한 이야기는 일본 정계에선 널리 알려져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