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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택공급정책이 오락가락한 진짜 이유[황재성의 황금알]

입력 | 2024-09-28 08:00:00

1. 2032년까지 추진할 장기 주거종합계획 발표
2. 주택보급률 106% 달성, 저출산 고령화 대비
3. 정책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위해 2003년 도입
4. 고무줄처럼 헷갈리는 주택보급률 보완 필요





〈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경남 남해군은 대표적인 인구소멸지역으로 1960년대 중반 13만 명을 넘었던 인구가 최근에는 3만 명대로 추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주택 공급은 꾸준하게 늘면서 주택보급률이 120%에 육박하면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 경남 남해군 설천면 대국산성에서 바라본 남해 풍경이다. 남해=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여기에도 아파트가 제법 많네”

최근 농촌관광 활성화 사업 실태 점검을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경남 남해군을 찾았습니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우등버스를 타고 4시간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남해는 서울에서 자주 찾는 동해나 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79개 섬(유인도 3개+무인도 76개)과 찰랑대는 윤슬이 빚어내는 풍광은 마치 지중해 연안의 유럽 마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바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다를 개척해서 만든 바다와 맞닿아 있는 논이나 산을 깎아 만든 다랑논도 눈길을 끌었고, 해발 300~700미터에 이르는 다양한 산들이 섬 구석구석에 있어 농-어-산촌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사실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감탄을 쏟아내며 목적지 남해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순간 익숙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파트였습니다. 대개 한두 개 동으로 수도권 신도시에 비견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10층을 훌쩍 넘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남해군 누리집에 따르면 남해군 전체 공동주택은 3003채(기준·2023년7월). 특히 시외버스터미널과 남해군청 등이 모여있는 남해읍에 70% 이상(2160채)이 몰려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아파트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이유입니다.

1960년 중반까지 인구가 13만 명을 넘었던 남해군의 인구는 4만 391명(3월 기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3만 명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동주택 공급은 꾸준하게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남해군의 주택보급률(2023년 7월)은 119.6%로 전국 평균 102.1%(2022년말)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이미 빈집도 1000채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 최근 발표한 ‘3차 장기 주거종합계획’에서 2032년까지 전국에 연평균 39만 3500채를 공급하고, 주택보급률을 106.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는 많은 궁금증을 갖게 합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가구 증가와 소득 증가, 주택 멸실 등으로 인해 새롭게 발생하는 주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비수도권 지역, 특히 중소도시권을 중심으로 인구소멸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 목표가 합리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장기 주거종합계획이 만들어진 과정을 꼼꼼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더불어 주택공급 정책의 핵심 기준인 주택보급률 목표가 ▲1차 계획(2003~2012년)에서는 96.2%→116.7%로 ▲2차 계획(2013~2022년)에서는 102.7→110.0%(수정계획 기준)로 ▲3차 계획(2023~2032년)에서는 102.15→106.0%로 들쭉날쭉해진 과정도 짚어봐야 합니다. 전문가들이 주택보급률 무용론까지 제시하는 속내도 살펴보겠습니다.

● 주거정책의 최상위 법정계획이 만들어진 까닭

장기 주거종합계획은 주거주거정책의 분야별 중장기 전략을 제시하는 주거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노무현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확보를 목적으로 2003년 도입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이다. 동아일보 DB

장기 주거종합계획은 주거정책의 분야별 중장기 전략을 제시하는 주거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입니다. 우리나라 주거정책은 주거기본법에 근거해서 마련됩니다. 이 법 5조에서 10년 단위의 주거종합계획의 수립과 그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매년 1년 단위 주거종합계획이 세워집니다.

이런 시스템의 시작은 노무현 정부로 거슬러 갑니다. 당시 공식 명칭은 ‘주택종합계획’이었습니다. 노 정부는 “그동안 매년 1단 단위의 주택건설계획으로 중장기적인 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정책의 일관성이나 예측 가능성 확보가 어렵고, 양적 확충에만 치우쳐 저소득층 주거복지 강화 등 국민 생활의 질적 수준 향상에 미흡했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국토연구원의 연구용역과 시민단체 및 전문가의 자문과 공청회 등을 통해 초안을 만든 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협의와 주택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 발표합니다.

1차 주택종합계획은 기본이념으로 ‘국민 주거복지 향상과 계층간 지역간 주거불평등 해소를 통한 국민통합’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①주택 부족의 근원적 해소 ②주택시장의 안정 기조의 유지 ③저소득층 주거복지 향상 등 3가지가 목표로 정해졌습니다.

또 목표 달성을 위한 국민주거 실태 및 시장의 현황을 보여줄 수 있는 5대 지표가 설정됩니다. 양적지표로 주택보급률(①)과 인구 1000명당 주택수(②), 질적 지표로 1인당 주택 면적(③), 시장 상황을 보여줄 시장지표로 소득 대비 주택가격 수준(PIR·④)와 소득 대비 임차료 부담수준(RIR·⑤) 등입니다.

이때 주택보급률은 96.2%(2000년)에서 116.7%로 높이고, 인구 1000명당 주택수는 238채(2000년)에서 320채로 늘리겠다고 밝힙니다. 이를 위해 2012년까지 주택수요(연 평균 44만 채)보다 많은 매년 50만 채씩 500만 채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선언했습니다.

이후 2기 수도권 신도시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대규모 택지 공급이 이뤄지면서 양적 확대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금융위기(2008년) 등으로 주택경기가 급랭하면서 주택시장이 얼어붙는 상황도 펼쳐집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말에 발표된 2차 장기 주택종합계획(2013~2022년)은 주택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던 1차와 달리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이 비전으로 제시됩니다. 이를 위해 ①주거복지 향상 ②주거수준 및 주거환경 개선 ③주택시장 안정 등 3가지를 목표로 정합니다.

이에 따라 주택공급은 주택수요(연평균 39만 채)에 맞춰 공급하고, 대규모 택지의 신규 개발은 최소화합니다. 이에 따라 주택보급률은 102.7%(2012년)에서 106.5%(2022년)로, 인구 1000명당 주택수는 364채(2010년)에서 422채(2022년)로 늘어나지만, 1차에 비해 증가 속도는 현저하게 늦춰집니다.

2차 장기 주택종합계획은 또 급변하는 주택시장 환경에 대한 장기 계획의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5년마다 수정 장기 계획의 수립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2018년 6월 주택종합계획에서 주거종합계획으로 명칭을 바꿔 수정계획을 내놓습니다.

수정계획에서 문 정부는 “(당초 계획이) 양적 공급 확대에서 주거의 질 개선으로 전환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규제 완화 등으로 인한 시장 불안과 주거정책의 공공성 약화, 수요자 맞춤형 정책지원은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립니다.

이어 ‘국민 누구나 집 걱정 없는 더 나은 주거생활’을 비전으로, ①주거비 부담 완화와 주거권 보장 ②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조성 ③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 등 3가지를 목표로 각각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주택보급률 목표를 당초보다 높은 110.0%, 1000명당 주택수는 427채로 각각 올렸습니다.

하지만 문 정부의 수정계획은 대부분 실현되지 못하고, 집값 급등과 부동산 정책 남발에 따른 정책 신뢰도 저하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습니다.

현 정부도 지난 8월 말경 발표한 ‘3차 주거 종합종합계획’에서 “(2차 계획이)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급한 공급 조절 등으로 시장 과열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국민 주거안정 목표 달성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 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준비하는 3차 계획

이번에 발표된 3차 장기 주거종합계획은 ‘희망은 키우고, 부담은 줄이는 국민 주거 안정 구현’을 비전으로 하고, ①시장기능 회복과 국민 주거생활권 확보 ②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촘촘한 주거복지 지원 ③국민 눈높이에 맞는 주거환경과 주거생활 구현을 목표로 발표했습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①주택시장 정상화를 통한 안정적 주택공급 ②사각지대 없는 주거안전망 강화 ③저출생·고령화·지역소멸에 대응한 주거지원 패러다임 전환 ④소득 4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미래 녹색 주거환경 조성 등 4대 정책 방향도 제시했습니다.

우선 안정적 주택공급은 가구 증가와 소득 증가, 주택 멸실 등에 따라 새롭게 발생하는 주택 수요에 부응하는 충분한 공급을 통해 근본적인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민이 선호하는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은 규제가 아닌 지원 대상으로 전환하고, 복잡한 절차를 통합·병렬적으로 개선해 처리 속도를 높이기로 했습니다.

또 노후계획도시특별법(1기 신도시)과 ‘뉴:빌리지’(저층 주거지), 철도 지하화 등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개발사업을 통해 우량주택을 공급하고, 택지 내 신속한 주택공급 및 신규 택지 발굴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주거 안전망 강화를 위해서는 고품질 공공임대주택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하고,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주거급여 및 비정상 거처 이주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세 번째 저출생·고령화·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세대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주거지원을 추진하고, 수도권과 지방 간 주거격차 해소를 위해 지방 활력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소득 4만 달러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환경을 확보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미래형 주택공급도 적극 공급할 계획입니다.

국토부는 이러한 계획들이 차질 없이 실행되면 2032년에 주택보급률은 2022년 102.1%에서 106.0%로 높아지고, 인구 1000명당 주택수는 430.2채에서 485.4채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 주택보급률 목표가 들쭉날쭉하는 이유

정부가 4차례(2차 계획 수정 포함)에 걸쳐 ‘장기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주택보급률 수치는 들쭉날쭉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관성 있는 흐름을 보여줄 새로운 지표 발굴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아파트 단지 전경. 동아일보 DB

3차 장기 주거종합계획에서 눈여겨봐야 대목 가운데 하나는 저출산·고령화와 지역소멸이 중요한 정책 과제로 제시됐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청년·신혼부부 등은 자산형성→내집마련→결혼·출산에 이르는 생애주기를 고려해 맞춤형 지원책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또 결혼과 출산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가속화되는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심 등에 민간 역량을 활용한 고령자 특화 민간임대(실버스테이) 등 고품질 고령자 맞춤형 주거 공간 공급이 늘어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품격 있는 노후 보장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인구 소멸과 관련해서는 광역시 등이 지역맞춤형 정비 제도를 만들어 노후 도심을 원활하게 정비하고, 도심융합특구나 기업혁신파크를 통해 도시 활력 회복에 노력하도록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도 지역 등은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생활거점 조성을 지원하고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은퇴자·청년층 등의 지방 이주를 유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3차에 걸친 주거종합계획에서 주택보급률 목표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점도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올해 3월 작성한 ‘주택보급률-통계정보보고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4년부터 만들어진 주택보급률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의 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눠서 산출합니다. 즉 {(주택수/가구수)X100}라는 식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택수나 가구수 산정 방식에서 여러 차례 변화가 있습니다. 국토부는 이를 구(舊)주택보급률과 신(新)주택보급률로 나눠 설명합니다.

구 주택보급률은 2007년까지 적용된 방식으로 가구수는 보통가구수를 사용합니다. 이 때 보통가구수는 일반가구에서 1인 가구와 5인 이하 비혈연가구를 제외합니다. 즉 (일반가구-1인 가구-5인 이하 비혈연가구)의 식으로 구한다는 뜻입니다.

또 주택수도 다가구주택을 1동으로 보고 계산합니다. 즉 소유권 중심으로 주택수를 산출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2008년부터 사용되는 신 주택보급률은 1인 가구를 배제함으로써 사회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주택수에 다가구주택의 각 호수를 반영하고, 가구수에는 기존 보통가구에서 1인 가구를 더한 일반가구로 바꿨습니다.

이에 따라 주택수와 인구수 모두 늘어나지만, 분모에 해당하는 인구수 증가폭이 훨씬 큽니다. 그 결과 새 방식을 적용하면 주택보급률(2005년 기준)이 105.9%에서 98.3%로 크게 줄어듭니다.

여기에다 신 주택보급률 산정방식은 2015년 다시 수정 절차를 거칩니다. 통계청이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부터 방문 조사가 아닌 등록 센서스로 조사한 것을 반영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등록 센서스란 주민등록부, 건축물대장 등 행정자료를 이용한 자료라는 뜻입니다.

결국 이처럼 수시로 바뀌는 산정기준 탓에 4차례(2차 계획 수정 포함)에 걸친 ‘장기 주거종합계획’ 발표 때마다 주택보급률 수치가 들쭉날쭉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서 “현행 주택보급률에 사용되는 가구수 산정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2017년 기준으로 이미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를 제외함으로써 주택 실수요 규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 부동산시장은 불과 1년 앞으로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합니다. 최근에는 세계 경제 상황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금리의 영향력도 커졌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10년이라는 기간에 적용되는 종합계획을 세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고, 일관성 있는 흐름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당초 장기 주거종합계획을 도입한 목적인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책 당국자와 관련 전문가들의 분발을 기대합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