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이후 쓰레기 역사 되짚어… 산업혁명과 함께 배출량 급증 후대 플라스틱 퇴적층 남길듯… 태우고 묻고 재활용해도 오염 쓰레기 줄이는 비용 감수하고, 삶의 방식 궁극적으로 바꿔야 ◇쓰레기의 세계사/로만 쾨스터 지음·김지현 옮김/428쪽·2만6000원·흐름출판
인류가 내놓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일 에펠탑 100개 무게에 달하며 이 중 많은 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제때 부유물을 치우지 못하는 개발도상국의 해변은 위성에서 관측될 정도로 심각한 플라스틱 오염을 보인다. 플라스틱을 삼킨 해양 생물들이 소화관이 막혀 죽는 일도 흔히 일어난다. 출처 픽사베이
독일 경제사회사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인류의 역사는 곧 쓰레기의 역사와 다름없다. 이 책은 문명이 발생한 후 오늘날까지 인간이 지구에 배출해온 쓰레기의 역사와 인간에게 쓰레기가 되돌려준 영향들을 추적한다.
몬테 테스타치오를 이룬 쓰레기는 대부분 도자기 파편이다. 나무를 비롯한 유기물은 거의 모두 썩어 없어졌다. 이와 달리 먼 훗날의 문명은 현재 오늘날의 우리가 남긴 지층을 ‘플라스틱층’이라고 부를지 모른다. 인류가 내놓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일 에펠탑 100개 무게에 달한다. 이 쓰레기는 도시 외곽으로, 나아가 쓰레기 수출을 통해 저개발 국가로 ‘밀쳐진다’. 플라스틱 더미가 태평양 위에 만든 쓰레기 섬의 면적도 해마다 넓어진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늘어난 쓰레기는 해충과 쥐를 비롯한 위생 문제를 일으켰고, 특히 19세기 유럽에서 콜레라의 대유행은 쓰레기 수거 형태에 대대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개인들이 알아서 배출하던 쓰레기를 1880년대경에는 도시 정부, ‘시청’이 수거해 가기 시작했다. 1890년대엔 곳곳에 매립지가 건설됐고 많은 곳이 움푹 파인 채석장 부지였다. 식민 제국의 정부들은 쓰레기 수거로 인한 위생 개선을 침략의 정당성으로 포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뒤에는 쓰레기 더미를 흙으로 덮고 중장비로 누르는 ‘위생 매립’이 대세가 되었다. 해충 같은 문제는 줄었지만 어떤 지역도 매립지를 반기지 않는다. 도시에서 멀고 인구가 적은 곳일수록 반발을 줄일 수 있었지만 너무 먼 곳에 둘 수는 없었다.
1960년대부터는 캔과 비닐 포장이 급증했다. 1990년대까지 30년간 미국 가정 쓰레기 중 플라스틱의 무게는 0.5%에서 8.5%로 늘었고 부피는 25%를 차지하게 되었다. 일회용 기저귀 같은 새 상품이 계속 등장하면서 인간이 내놓는 쓰레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1980년대 말부터 위성에서는 대양 위 거대한 쓰레기 섬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이 쓰레기들을 처리할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저자는 인류가 쓰레기를 떨쳐 버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소각해도, 매립해도, 재가공해도 결국 오염이라는 형태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쓰레기를 밀어만 내고 있는 것이다.” 물건을 택배로 받고 패스트푸드를 먹으면서 우리는 거대 국제 쓰레기 공장의 공범이 된다. 인류가 사는 방식 자체를 다시 검토하는 수밖에 없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