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강의 플랫폼 TED의 성공… SNS 기부 챌린지 전파 사례 등 초연결 시대 선행 전염성 높아… 잘 이용하면 세상 바꿀 수 있어 ◇가장 다정한 전염/크리스 앤더슨 지음·박미경 옮김/344쪽·1만9800원·부키
TED 대표인 저자는 신간에서 ‘관대함의 전염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갈등하고 분열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TED에서 강연하는 모습. 사진 출처 TED 홈페이지
타인을 향한 선의와 친절을 전염시키라니 무슨 낭만적인 소리인가 싶을 수 있겠다. 하지만 2001년부터 ‘테드(TED)’를 이끌며 전 세계에 지식 나눔을 실천해 온 저자의 말이라면 달리 들린다. TED 대표인 그는 신간에서 ‘관대함의 전염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갈등하고 분열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온라인 무료 강연 플랫폼 TED는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리처드 도킨스, 제인 구달, 마이클 샌델, 미셸 오바마 등 내로라하는 명사들의 지식과 영감을 100개 이상의 언어로 세계에 전파하며 해마다 10억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2만5000회가 넘는 TEDx(‘x’라는 지역에서 자체 조직된 TED) 행사가 개최됐고, 20만 개 이상의 온라인 강연 아카이브가 구축됐다. 불과 12명뿐인 본사 팀 인원으로 일군 성과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TED는 예외적인 사례 아니냐고. 온라인 영상이 막 성장하던 시기에 때맞춰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타이밍도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초연결 시대 관대함의 상승 효과는 TED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이 연쇄 반응을 극적으로 증폭시킬 잠재력이 있다. 99세 영국 할아버지가 ‘정원 100바퀴 돌기 챌린지’를 통해 3200만 파운드(약 540억 원)를 모금하고, 노숙인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이들의 사연과 헤어컷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DoSomethingForNothing(대가를 바라지 말고 뭐든 하라)’ 운동 등이 그 사례다.
‘이기적이지 않은 선행은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자기 평판을 위해 관대함을 베푸는 사람을 오히려 대놓고 칭찬하라고 권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선하게 행동하도록 설득할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이 정말로 위선인지 확실하지 않으면 일단은 선의로 해석하라”, “뭐가 됐든 베푸는 일은 쉽지 않다. 상대를 비판할 꼬투리를 찾는 대신 먼저 격려하고 그 다음에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지 논의하라”는 것이다.
관대함을 실천하고 이를 전염시킬 다양한 방법도 제시한다. 각자 처한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과연 어디까지 남을 도와야 할지 그 적정선이 궁금한 이에게 구체적인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