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모사드 숙적, 이란 첩보안보부-혁명수비대 반체제 언론인 등 색출하는 ‘IRGC’… 미사일-드론 부품 마련 임무도 수행 첩보안보부는 네트워크 공격에 집중… 트럼프캠프 해킹 배후로 지목되기도
이란 첩보안보부 엠블럼(왼쪽 사진)과 혁명수비대 엠블럼. 사진 출처 미 국가정보국(DNI) 웹사이트
이스라엘과 ‘그림자 전쟁’을 벌여 온 가장 큰 숙적은 역시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 이란이다.
중동에서 이스라엘 모사드와 경쟁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대표적인 정보기관으로 이란 첩보안보부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산하 정보팀이 꼽힌다.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의 직속 기관으로 이란에서 ‘정부 위의 정부’로 통하는 IRGC는 1979년 이슬람 혁명이 벌어진 직후 설립됐다. IRGC는 설립 직후 자체 정보팀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 첩보안보부는 이라크와의 전쟁이 한창이던 1983년 설립됐다.
IRGC 산하 정보팀은 이란 내 폭탄 테러 등 무장 공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예방한다. 자국 내 반체제 인사 감시도 중요한 임무다. 케네스 카츠먼 전 미 중앙정보국(CIA) 이란 전문 분석가는 반체제 인사 감시를 “이란 정부가 편집증적으로 몰두하는 분야”라고 평가했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당시 한 젊은 여성이 잠에게 접근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라이벌인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 알리 알 시스타니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설득했다. 잠은 프랑스를 떠나 이라크에 착륙하자마자 납치됐고, 이듬해 처형됐다. 예루살렘포스트는 “IRGC 정보팀 구성원들이 반체제 인사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란 첩보안보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군수 부품 조달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고강도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미사일, 드론(무인기), 항공기 등에 필요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첩보안보부 요원들은 민간인으로 위장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유럽 나라에서 기술을 빼돌리고 제재의 허점을 파고들어 군수 물자를 조달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란 첩보안보부는 5월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 재임(2021년 8월∼2024년 5월) 중 예산을 10배 이상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뉴스 채널 이란 인터내셔널은 “이스라엘 정보 네트워크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뒤 이란의 ‘머디 워터’라는 해킹 그룹이 새로 개발한 악성 소프트웨어로 글로벌 공격을 벌인 사건도 이란 첩보안보부가 배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첩보안보부 등 이란 정보 당국은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6월경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를 해킹한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ODNI는 “이란이 불화를 조장하고 민주주의 기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기 위해 대선에 간섭하고 있다”고 공개 비난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