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일찌감치 검도와 합기도, 복싱, 골프를 즐겼어요. 15년 전쯤 누님이 탁구 한번 쳐보라며 저를 탁구장으로 데려갔죠. 시간적, 경제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 작은 공이 주는 매력이 엄청났어요. 그때 이후 가장 오래 즐기는 스포츠가 됐습니다.”
김익수 원장(오른쪽)이 아내 박소영 씨와 함께 서울 서초구 반포 한신탁구교실 탁구대에 기대 포즈를 취했다. 부부는 15년 전부터 함께 탁구를 치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익수 MD안과의원 원장(59)은 누나의 권유에 탁구에 빠져들었다. 아내 박소영 씨(58)와 함께 병원 일을 마치고 저녁때 탁구장을 찾아 개인 지도를 받으며 2, 3시간 공을 쳤고 오전 2, 3시까지 개인 훈련을 하기도 했다. 1주일 내내 친 적도 있다. 하지만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운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심방세동 시술을 받은 데 이어 오랫동안 그를 괴롭힌 지방종이 재발하면서 건강이 급격히 무너졌다.
“2007년 왼쪽 종아리 윗부분에 10cm가 넘는 근육 내 지방종이 생겨 계속 재발했어요. 코로나19 이후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급격히 뛰는 심방세동 증세가 악화해 2022년 5월 심장에 고주파 관을 삽입하여 좌심방 벽을 일부분 지지는 시술을 받았죠. 그런데 그 2개월 뒤 네 번째 지방종을 발견한 겁니다. 이미 3차례나 제거했는데 10년 만에 네 번째 재발한 겁니다. 이번엔 조직 검사상 악성으로 판정됐습니다. 제거한 뒤 재발 방지를 위해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후유증으로 무릎 관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있죠. 이래저래 운동을 못 하게 된 겁니다.”
김익수 원장이 서울 서초구 반포 한신탁구교실에서 상대 공격을 백핸드스트로크로 받아 넘기고 있다. 15년 전 탁구에 빠진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재발된 질병 등으로 운동 기회를 빼앗겨 급격히 떨어진 건강을 탁구를 치며 회복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지방종 수술은 근육까지 잘라내기 때문에 제거 후 움직임에 어려움이 따른다. 심방세동 수술 후유증으로 폐정맥 4개 중 아래 2개의 약 90%가 막혀 양쪽 폐 하측 기능 부전 상태까지 됐다. 걷기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러다간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원장은 지난해 초부터 다시 탁구 라켓을 잡았다. 늘 함께해준 아내와 함께 탁구장을 찾았다. 그는 “아내와는 병원에서도 함께 일하고, 검도와 합기도, 골프 등을 할 때도 함께 했다. 당연히 탁구도 함께 치고 있다”고 말했다.
1년이 넘으면서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탁구 전성기 때보다는 아직 못하지만 체력이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탁구를 시작한 지 약 10년이 되던 2018년 무렵이 전성기였다고 했다. 그땐 “더 잘 치려고 새벽까지 하루 6, 7시간 탁구를 쳐도 지치지 않았다”고 했다.
김익수 원장이 날아 오는 공을 포핸드스트로크로 받아 넘기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지름 40mm, 무게 2.7g의 작은 탁구공이 주는 운동량은 대단했다. 몸풀기로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10분만 쳐도 땀이 쏟아졌다. 김 원장은 “다시 탁구를 칠 땐 공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지만 차근차근 체력을 만들어 치다 보니 이젠 2, 3시간 칠 수 있는 체력이 됐다”고 했다.
김 원장은 “또 다른 탁구의 매력은 언제든 게임을 할 수 있어 승부욕을 자극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뭐 잘 치지는 못하지만 한 수 위 회원과 겨루고 싶죠. 저보다 못 치는 회원에게 지면 자존심이 상해 더 열심히 치게 되죠. 운동 효과도 큰데 게임으로 자극받아 탁구에 더 매진하게 되는 겁니다. 탁구 치고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그 상쾌함에 기분이 좋죠. 제 체력은 물론 정신력까지 키워줍니다. 탁구는 제 삶의 활력소가 됐습니다.”
김익수 원장이 백핸드스트로크를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 원장은 생활체육 탁구에서 5부에서 4부 사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 한신탁구교실에선 4부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창 물이 올랐을 때인 2016년 서울시 구청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두 차례 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몸 건강은 물론이고 탁구를 잘 치기 위해 근육운동도 하고 있다. 피트니스에 빠져 있는 대학원생 아들이 근육운동 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김 원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헬스를 즐기던 아들이 ‘근육을 키우는 게 미래에 몇 억 원의 병원비를 줄여줄 수 있다’며 직접 지도도 해준다”고 했다. 주 2회 이상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 원장은 습관적으로 인상을 쓰는 ‘직업병’도 탁구를 통해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단 1%의 부작용에 관해서도 얘기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너무 진지하다 보니 미간을 찡그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처음 온 환자는 내 인상을 좋지 않게 본다”고 했다.
“탁구를 칠 때도 집중하다 보면 인상을 쓰게 됩니다. 승부욕까지 있다 보니 저의 모습에 상대가 당황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게 탁구더라고요. 그래서 즐겁게 땀 흘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어린아이들처럼 함께 웃고 떠들며 스트레스를 날려 보낼 수 있어 좋습니다.”
김익수 원장(왼쪽)이 아내 박소영 씨와 함께 서울 서초구 반포 한신탁구교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아내하고 치면 누가 이길까?
“뭐 누가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가요? 스타일에 차이가 있습니다. 전 드라이브를 거는 등 도전적인 플레이를 하는 반면 아내는 또박또박 정석대로 플레이합니다. 제가 드라이브 등 파워 플레이를 하다 보니 커트 등 쇼트게임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요. 아내는 쇼트게임을 잘해요.”
<탁구의 운동효과는?>
송홍선 국립안동대 체육과 교수. 동아일보 DB.
탁구는 치매 예방에도 큰 도움을 준다.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뇌 전문가인 다니엘 아멘 박사는 “탁구는 세계 최고의 두뇌 스포츠”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탁구는 상하체를 모두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이면서 손과 눈의 협응력(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을 활성화)과 반사신경에 도움을 주는 운동이다. 또한 공을 추적하고, 샷과 전략을 계획하고, 스핀을 파악할 때 뇌의 다양한 영역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탁구를 치매 예방 및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전신운동인 만큼 에너지 소모도 엄청나다. 탁구를 30분만 쳐도 달리기와 자전거 타기 등 다른 운동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송홍선 박사는 “탁구는 중강도 운동으로 체중 60kg인 사람이 20분에 100칼로리를 소모한다. 한시간이면 300칼로리를 소모한다. 비만 예방에 좋은 스포츠”라고 말했다. 짧은 시간에 운동량이 많아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탁구는 비만을 예방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유산소 운동인 탁구는 심폐기능을 향상시켜 심장이 신체 곳곳에 산소를 제대로 전달되도록 돕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