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 국내 최초로 미국 FDA 승인 주목 종근당은 ADC 항암제에 적극 투자… 한미약품 개발 신개념 비만치료제 11월 미국서 연구 결과 최초 공개
《글로벌 의약업계 주목받는 혁신 신약
100년 역사의 대한민국 제약 산업에 기념비적 ‘사건’이 일어났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지난달 19일 국산 항암제 중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것이다.
지금까지 FDA 승인을 받은 국내 신약은 렉라자를 포함해 총 9개지만 진입 장벽이 높은 항암 신약으로는 렉라자가 처음이다. 이번 승인으로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10% 이상의 제품 판매 로열티와 함께 800억 원 상당의 마일스톤(기술료)을 받을 예정이다. 》
현재까지 허가받은 국산 신약은 총 37개에 불과하며 그나마 대부분 ‘국내용’이었고 세계시장에서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신약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과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며 최근 항암제, 세포·유전자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 비만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 신약을 잇달아 내놓으며 글로벌 의약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렉라자의 FDA 승인 뒤에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노력도 있었다. 국내 바이오벤처 제노스코에서 개발한 후보물질이 유한양행에 이전돼 사업화와 국내 임상을 거쳐 얀센에 기술 수출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R&D와 안정성 시험 관리 등을 지원했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글로벌 신약 개발 가속화를 위해 투자와 지원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5일 밝힌 바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FDA 승인에 이어 혁신 신약 개발을 이어나가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포스트 렉라자를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면역항암제(YH32367)와 알레르기 치료제(YH35324)가 유력 후보 약물로 기대를 받고 있다. YH35324는 최근 임상시험에서 우수한 안전성 프로파일과 기존 치료제(오말리주맙)보다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IgE(면역글로불린 E) 억제 활성을 보여줬다. YH32367은 항암 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유방암, 위암, 담도암 등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미국암연구학회 비임상 실험에서 항암 효과와 안전성이 추가로 확인됐다.
종근당은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등 첨단 바이오 의약품과 ‘유도미사일 항암제’로 알려진 ADC(항체·약물 접합체) 항암제 등 신규 모달리티를 모색하며 세상에 없던 신약과 미충족 수요 의약품을 타깃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2월 네덜란드 시나픽스와 항체-약물 접합체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플랫폼 기술 3종의 사용 권리를 확보해 ADC 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종근당이 개발한 CKD-510은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HDAC6을 억제하는 신약후보물질로 지난해 노바티스에 기술 수출했다. 계약 규모는 13억500만 달러(약 1조7300억 원)다. 난치성 유전병인 사르코마리투스병과 심방세동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1년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비만 치료제를 필수의약품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비만 인구는 약 10억 명으로 추산되며 골드만삭스는 비만약 시장 규모가 2030년 130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보령은 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시장 개척 경험을 살려 지난해부터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 적극 도전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혈당 조절뿐 아니라 심혈관질환에 대한 이점까지 고려한 약물 선택을 권고하면서부터 보령은 2023년 SGLT-2 억제제 ‘트루다파(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를 출시해 해당 제네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3제 요법에서 SGLT-2 억제제와 TZD 병용 요법에 대한 급여가 확대됨에 따라 보령은 ‘트루버디(다파글리플로진+피오글리타존)’를 시장에 선보였다. 보령이 세계 최초 조합으로 개발한 개량 신약으로 몸이 붓고 살이 찌는 부작용을 상쇄해 치료 효과는 높이고 환자의 부담은 줄였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