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는 호수가 많다. 알프스의 빙하가 녹은 물이 곳곳에 강으로 흐르고, 호수를 만들어 낸다. 스위스 남서부 프랑스와의 국경 인근의 ‘레만호’는 알프스 산지 최대 호수다. 스위스는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인데도 레만호 덕분에 지중해 못지않은 청량감 넘치는 풍경으로 각광받고 있다.
● 그룹 퀸이 사랑했던 몽트뢰
스위스 로잔의 레만호에서 요가를 하고 있는 여성. 알프스 빙하가 흘러내린 레만호의 물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하고 맑다.
높이 140m까지 치솟는 레만호 제네바 대분수.
몽트뢰에 있는 영국 록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동상.
마르셰 광장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의 몽트뢰 카지노에는 퀸의 음반을 녹음했던 스튜디오가 있다. 몽트뢰는 1967년부터 매년 여름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로 유명했는데, 이 스튜디오 덕분에 ‘퀸의 도시’가 됐다.
머큐리는 “몽트뢰는 나에게 제2의 고향. 영혼의 평화를 원한다면 몽트뢰로 오라”고 할 정도로 이 도시를 사랑했다. 생전에 그가 즐겨 식사하고 산책하고 곡 작업을 했던 단골집들은 지금도 ‘프레디 머큐리 투어’ 코스로 불리며 인기가 높다.
퀸의 멤버들은 1978년 음반 녹음을 위해 몽트뢰 스튜디오를 찾았다가 호숫가의 수려한 풍광과 첨단 녹음 시설에 반했다고 한다. 이듬해 이 스튜디오가 매물로 나오자 퀸은 아예 구입했다. 현재 이 스튜디오는 ‘퀸 박물관(Queen: The Studio Experience)’이 됐다. 머큐리가 1991년 숨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작사했던 종이와 멤버들이 연주하던 기타와 드럼, 키보드 등이 전시돼 있다.
레만 호숫가의 시용성.
지하 동굴에는 와인을 저장하는 40여 개의 오크통이 보관돼 있다. 레반호 언덕 위에 있는 라보 포도밭에서 재배된 포도를 이용해 ‘클로 드 시용(Clos de Chillon)’ 자체 레이블을 단 와인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보 지구는 몽트뢰에서 로잔까지 레만호 북쪽 호숫가를 따라서 약 30km에 걸쳐 있는 계단식 포도밭이다. 총면적은 약 830ha(헥타르)에 이른다. 2007년 9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스위스 관광청에서 추천하는 13개 하이킹 코스 중 하나로 꼽힌 트레킹 성지다.
동쪽 뤼트리에서 서쪽 생사포랭까지 3∼4시간 걷다 보면 레만호를 배경으로 한 포도밭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트레킹 성지인 라보 지구의 계단식 포도밭.
● 로잔에서 유람선 타고 에비앙으로
레만호 언덕 위에 세워진 로잔 올림픽 박물관.
올림픽 박물관에서 대한민국의 흔적을 찾는 것도 쏠쏠한 즐거움이다. 입구에서 오르는 계단에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성화 봉송 최종 주자였던 정선만, 김원탁, 손미정 씨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 새겨진 계단에는 김연아의 이름이 선명하다. 또한 서울 올림픽 당시 색동마크와 오륜기가 그려진 티셔츠,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여자 하키 남북한 단일팀 유니폼도 눈길을 끈다.
로잔 올림픽 박물관은 레만호의 멋진 뷰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현지인들의 웨딩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특히 박물관 꼭대기 층에 자리 잡은 ‘톰 카페’는 로잔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테라스 석으로 꼽힌다. 레만호와 알프스의 화려한 풍경을 바라보며 브런치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프랑스 에비앙 생수의 수원지인 카샤의 샘물.
1790년 프랑스 대혁명을 피해 오베르뉴에서 온 라이제르 후작이 카샤의 집에 2년간 머물면서 이 샘물을 매일 마셨다고 한다. 그는 신장과 간이 안 좋았는데, 이 샘물을 마시자 병이 나았다고 한다.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카샤는 1826년 샘터에 수치료 센터를 세웠고, 훗날 에비앙 생수 회사가 됐다. 카샤가 수치료 시설 겸 호텔로 지은 건물은 현재 에비앙 기념관으로 쓰이고 있다. 이곳에선 에비앙 생수병 라벨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생수를 기념품(2유로)으로 살 수 있다.
● 초콜릿의 나라 스위스
스위스는 초콜릿의 나라다. 스위스의 1인당 연간 초콜릿 소비량(2021년 기준)은 11.6kg으로 세계 1위다. 2위 미국(9kg)과 격차가 꽤 크다. 벨기에 초콜릿이 코코아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이 주라면, 스위스 초콜릿은 밀크 초콜릿이 유명하다. 알프스의 넓은 초원에서 신선하게 짜낸 우유가 스위스 초콜릿을 부드럽고 크리미하게 만든다고 한다.
스위스 밀크 초콜릿을 처음 생산한 메종 카예 박물관.
쌉싸름한 초콜릿에 우유를 섞어 부드러운 맛을 내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우유의 수분 때문에 발생하는 곰팡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당시 기술로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가루형 분유를 개발해 신생아들을 살린 네슬레의 기술이 합쳐지면서 밀크 초콜릿을 개발할 수 있었다. 라 메종 카예에서는 직접 초콜릿을 만드는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고, 초콜릿도 맘껏 시식할 수 있다.
글·사진 몽트뢰·로잔=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