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차선의 선택’ 이시바, 위기의 자민당 ‘구원 투수’로

입력 | 2024-09-28 01:40:00

[일본 이시바 시대]
보수 강경 아베에 밀려 비주류 쓴맛
내달 중의원 해산하고 총선 가능성




27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결선 투표 끝에 당선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신임 총재에 대해 일본에서는 위기에 빠진 자민당이 ‘차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자민당 파벌 비자금 스캔들, 202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사망 이후 지적돼 온 자민당-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유착 문제로 자민당 지지율이 2012년 정권 탈환 후 최저치까지 떨어지자 어쩔 수 없이 그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위기에 빠진 자민당의 구원투수로 당내 기반은 약하지만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그를 등판시켰다는 뜻이다.

이시바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한 빨리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중의원(하원) 해산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이시바 총재로서는 조기에 총선을 치러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 이를 토대로 비주류에서 벗어나 당내 기반을 다지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중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재는 자치상, 돗토리현 지사 등을 역임한 아버지 이시바 지로(石破二朗)의 뒤를 이은 세습 정치인이다. 게이오대 법학부 출신으로 논리적인 언변을 타고났다는 평가가 많다.

대학 졸업 후 미쓰이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1년 아버지 사망 후 정치 입문을 결심했고, 1986년 돗토리현에서 당시 전국 최연소(29세)로 중의원(하원) 의원에 당선됐다. 현재 12선으로 탄탄한 지역 기반을 자랑한다.

2008년 자민당 총재 선거로 처음 총리에 도전했지만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에게 밀려 쓴맛을 봤다.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2차 결선 투표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패했다. 아베 전 총리가 ‘절대 1강’ 권력을 잡고 보수 강경파가 자민당 주류가 되면서 이시바 총재는 비주류가 됐다. 또 2018년과 2021년 총재 선거에서 패하면서 더욱 주변부로 밀려났다. 5번째 총재 선거에 나서면서 그는 ‘최후의 도전’이라고 명언했다. 주변에서는 ‘총리병 환자’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의 우익 성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고이미즈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이 토론회에서 부족한 실력을 드러내자 이시바 총재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