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택 중앙대병원 교수-뇌종양 강경아 씨 두통·구토 증세… 교모세포종 진단… 8일 만에 수술, 거대 암덩어리 제거 체력 키우며 항암방사선, 7년째 건강… 투병 의지-의사 신뢰가 완치의 길 떠도는 가짜 정보에 혹해선 안돼… 5년마다 뇌혈관 등 검사 받아야
강경아 씨(오른쪽)는 최악의 암 중 하나로 꼽히는 교모세포종에 걸렸지만 투병 의지를 꺾지 않고 암과 싸워 사실상 완치를 얻었다. 강 씨의 치료를 담당한 권정택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재발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6년 7개월 이상 암이 재발하지 않고 있어 완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중앙대병원 제공
강경아 씨(55)는 2018년 2월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 후 6년 7개월이 흘렀다. 5년을 훌쩍 넘겼으니 사실상 ‘완치’다. 하지만 재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강 씨의 치료를 맡은 권정택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에는 완치 개념이 없다”며 “5년이 지난 후에도 재발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뇌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요즘 강 씨의 몸 상태는 무척 좋다. 강 씨는 “불편한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이전보다 더 자주 여행을 다닌다. 제2의 삶을 만끽한다. 그런 강 씨도 처음에는 여느 암 환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당수의 환자가 암 판정을 받으면 하늘을 원망한다. 강 씨도 그랬다. 처음엔 죄를 짓고 산 것도 아닌데 왜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곱씹었다. 강 씨는 자신의 병이 혹시나 자식들에게 대물림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다.
● 뇌종양, 두통과 구토 유발
2018년 2월 15일 두통이 시작됐다. 가끔 있는 일로 여기고, 처음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진통제만 사서 먹었다. 그런데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구역질과 구토 증세가 추가됐다.
4일 후 딸의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집을 나섰다. 승용차에서 내리자마자 또다시 구토가 시작됐고, 멈추지 않았다. 얼른 근처에 있는 의원으로 갔다. 의사는 빨리 큰 병원 응급실로 가 보라고 했다. 강 씨는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뇌 영상 촬영을 했다. 뇌종양이었다.
이와 관련해 권 교수는 “구토는 뇌종양의 가장 흔한 증세”라며 “뇌 안의 압력이 커지면서 토하게 되고, 여기에서 더 심하면 의식이 떨어지거나 뇌전증까지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 씨가 구토 단계에서 병원에 신속하게 왔기에 이후 대처를 잘할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권 교수는 “사실 두통만으로는 뇌종양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5년마다 뇌혈관을 포함한 뇌 검사를 받는 게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 최악의 교모세포종
강 씨의 경우 뇌의 오른쪽 앞부분에 악성종양이 있었다. 암의 크기는 지름이 무려 6cm에 달했다. 암 덩어리가 큰 것도 문제였지만, 암의 종류가 더 심각한 문제였다. 진단명은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뇌종양을 심각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누는데, 교모세포종은 최악인 4등급에 속한다.
교모세포종은 뇌 조직 전반에 발생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년 생존율이 10%를 밑돈다. 그만큼 치명적인 암이다. 하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권 교수는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고, 의료 기술도 좋아지고 있어서 생존율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교수는 수술을 선택했다. 권 교수는 “어려운 수술이지만, 수술하지 않을 경우 수명이 6개월도 안 될 거로 생각했다”며 “다행히 광범위하게 암을 절제할 수 있는 부위여서 과감하게 수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속하게 수술 날짜를 잡았다. 4일 후 강 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뇌의 앞쪽 부위를 크게 절제한 뒤 암 덩어리를 들어냈다. 다른 수술과 달리 뇌 수술은 미세한 신경 조직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전신 마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별도의 ‘수술 감시장치’를 사용했다. 수술을 진행하면서 환자의 감각이 떨어지는지, 팔다리는 움직이는지 등을 수시로 파악하는 것. 강 씨 수술의 경우 다행히도 위험한 상황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모든 수술을 마치는 데는 한나절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권 교수는 “요즘에는 뇌 항법 장치 등 장비들이 더 첨단화하면서 수술 시간도 줄고 더 안전하게 암을 제거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 “가족 생각하며 항암치료 이겨내”
강경아 씨의 수술 전(위쪽)과 수술 후 뇌 MRI 사진. 지름이 6cm에 달하는 암덩어리가 완전히 제거된 모습이다. 중앙대병원 제공
강 씨는 주말 이틀을 빼고 평일에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치료를 받았다. 이런 식의 항암방사선치료는 약 40일 동안 진행됐다. 이제 다 끝났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곧바로 단독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한 달에 5회씩 총 6주기, 그러니까 30회의 단독 항암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강 씨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투병 의지를 다졌다. 그래야 할 이유도 있었다. 강 씨가 수술 후 퇴원한 뒤 집에 갔을 때였다. 딸아이가 교모세포종에 대해 검색하고 나서 울고 있는 것을 봤다. 그때 강 씨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병을 이겨내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항암치료를 받다 보니 입맛이 뚝 떨어졌다. 헛구역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꾹 참고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많이 먹었다. 보통 암 환자들은 항암치료 중에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쭉 빠진다. 하지만 강 씨는 오히려 체중이 늘었다.
● “의사를 신뢰해야”
강 씨는 “의료진은 내 생명만 살린 게 아니라 가족의 삶도 찾아줬다”고 말했다. 강 씨는 암 환자의 완치에 절대 필요한 덕목으로 ‘의료진에 대한 믿음’을 꼽았다. 사실 환자들에게 의사들은 소통하기 껄끄러운 대상일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말하는 의사를 믿고 따르기란 쉽지 않다. 그 때문에 또 다른 ‘특효 처방’을 찾는 환자들도 있다. 하지만 강 씨는 절대로 그러지 않았다. 오직 권 교수의 처방만 따랐다.
현실적으로는 많은 암 환자들이 이러지 못한다. 암에 걸린 후 더 많은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 카페와 같은 환자 커뮤니티에 가입한다. 문제는, 이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정보가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강 씨도 인터넷 카페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권 교수의 처방에 어긋나는 방법은 아예 시도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잘했고 강 씨 자신이 잘 투병하고 있으니 다른 조치가 필요 없다는 권 교수의 처방을 믿고 따른 것이다. 강 씨는 다른 암 환자에게도 이 점을 꼭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환자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해 치료 효과가 높다며 특정 상품을 팔려는 사람들이 많이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현혹되기 쉬운데, 그러지 마세요. 의료진을 믿고 따르는 게 옳습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