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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묻은 휴지부터 변기 뚜껑까지…경찰, ‘불금’ 이태원 클럽 마약 단속[현장]

입력 | 2024-09-28 17:13:00

27일 오후 9시부터 자정 넘겨서까지 16개 업소 단속
경찰 “이태원, 화장실 등에서 물로 녹여 마약 투약”
연말까지 단속 수사망↑…7월까지 358명 검거



ⓒ뉴시스


 ‘불금’인 전날(27일) 오후 10시. 번화가인 서울 이태원의 T 클럽에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 간판이 뿜어내는 불빛과 희뿌연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짙게 깔려 있었다.

고막이 흔들릴 정도의 드럼 비트가 가득한 클럽 내부. 환호성을 지르며 정체 모를 춤을 추는 이들 사이를 뚫고 들어선 10여명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향한 곳은 스테이지 위가 아닌 화장실. 마약 단속을 위해 현장을 찾은 경찰과 시·구청 직원들이었다.

서울 용산경찰서,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 시·구청 직원들은 27일 오후 11시부터 28일 오전 3시까지 이태원 주요 클럽 일대 16개 업소를 대상으로 마약 단속에 나섰다.

일사불란하게 푸른색 위생 장갑을 끼고 시작된 작업.

이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화장실 변기를 손으로 쑥 훑고 변기 수조 뚜껑을 열어보는 것을 시작으로, 변기 옆 쓰레기통까지 뒤지기 시작했다. 대변이 묻은 휴지만 가득할 뿐, 주사기나 흰 가루가 든 지퍼백 등은 보이지 않았다.

“훌륭한 업소네요. 허허”

경찰 관계자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취재진에 첫 번째 클럽을 10분 동안 샅샅이 털었으나 ‘빈손’이라고 발표했다.

비록 첫 번째 클럽에서의 순찰 결과는 허탕이었지만 이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3개의 권역으로 나눈 뒤 ‘피크 타임’인 자정부터 재단속에 돌입했다.

28일 오전 0시4분께 경찰은 차례로 이용객이 많은 클럽 3군데를 불시 검문하기 시작했다. 전과 같이 요주의 장소는 화장실이었다. 이태원에서 방문객이 많은 대부분의 클럽이 소위 ‘룸’이 없이 개방 형태의 구조이기 때문에 밀폐된 화장실에서 마약 투약이 행해진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태원에서 대표적인 마약 은닉·투약 장소는 화장실”이라며 “마약을 물로 녹여 음용하거나 몰래 복용할 수 있기에 화장실을 샅샅이 뒤지는 편”이라고 했다.

경찰의 지시 아래 5분 내외로 고밀도 조사에 착수했다. 단속 결과, 알약 모양의 흰 물체가 나왔으나 ‘고체 형태의 치약’인 것으로 판명된 게 전부였고 오전 12시30분께까지 적발된 마약은 없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주요 클럽 입구에서 직원들이 소지품 검사를 잘 하는 편이다”며 “8월 마약을 방조하는 업소는 영업 정지 등 처분을 내릴 수 있게 바뀌어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7일 개정된 식품위생법 시행령에 따르면 마약류 관련 적발 업소는 ▲1차 적발 시 영업 정지 3개월 ▲2차 적발 시 영업허가 취소 또는 폐쇄가 내려질 수 있다.

실제로 클럽 직원들은 고객의 가방 안에 지퍼백, 주사기 등 마약 관련 물품이 있는지를 확인한 뒤에 입장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클럽 직원 송모(21)씨는 “두 달 전에 뉴스가 나오고 사장님이 ‘우리도 조심하자’고 해서 검사를 하고 있다”며 “화장실에도 여러 명이 같이 가는지 계속 주시해서 보는 정도”라고 전했다.


다만 일부 이용객은 이 같은 단속 효과에 대해 의문부호를 남기기도 했다.

이날 경찰이 단속한 클럽에서 술을 마신 김모(27)씨는 “친구가 마약을 하다가 잡혀 들어가서 아는데 대부분 산지 같은 음산한 곳이나 ‘룸싸롱’을 이용한다”며 “너무 이른 시간에 단속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 달에 이태원·홍대 등 클럽에 서너번 드나든다는 김모(28)씨도 “마치 대낮에 음주운전 단속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5년간 클럽·유흥업소에서 발생하는 마약류 범죄는 상승세를 띠고 있다.

경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2021년 전체 마약류 사범 중 클럽 등 마약류 사범 비중은 1.5%(16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전체의 3.9%(686명)로 늘었다.

올해에는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검거된 8560명 가운데 358명(4.2%)이 클럽에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16일 취임식에서 “악성 사기와 마약 등 민생침해범죄를 엄단하겠다”며 이달 초부터 연말까지 마약 단속 특별 대책을 실시하는 등 수사망을 넓힐 것을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