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병 안전기준 마련 시급… 국내 유통 생수 제품 93%서 검출 플라스틱 병 햇빛-고온에 노출 땐… 유해한 화학물질 축적 가능성 커져 미세플라스틱, 자연 제거 불가능… 인체 노출량 줄이려는 노력해야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 제품 대부분에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플라스틱 생수 병에 담긴 플라스틱이 체내로 유입되는 것을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수 제품의 93%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 3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28개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지름이 1∼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인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고 국내에서 미세플라스틱 함유량에 대한 허용 기준치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플라스틱 병에 담겨 판매되는 생수의 안전성에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유통되는 과정에서 생수에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에서 검출되는 다양한 물질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이어지고 있다며 일회용 플라스틱 병 사용을 지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인간과 지구 건강 위해 생수 사용 재고해야”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생수가 1분에 100만 병가량 소비되고 있다. 안전한 식수를 구하기 어려운 국가들의 국민 20억 명이 병에 담긴 생수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돗물의 안전성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소비량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플라스틱 병에 담겨 유통되는 생수가 안전하다는 통념에 의문이 제기됐다. 수돗물의 경우 오히려 유관 기관의 감독으로 엄격한 품질·안전 관리를 받지만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는 이러한 관리 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플라스틱 병이 장기간 보관되거나 햇빛과 고온에 노출될 경우 유해한 화학물질이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팀은 “안전한 식수를 구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가 더 안전하고 건강에 좋다는 기업의 마케팅에서 비롯된 믿음 때문에 생수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실제로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에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들이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생수 중 최대 78%에는 호르몬을 교란하는 물질인 미세플라스틱과 프탈레이트, 비스페놀A(BPA) 등 다양한 오염물질이 포함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프탈레이트는 주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거나 유연하게 만드는 데 사용되는 화합물이다. 비스페놀A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화합물이다.
이러한 화합물은 장기적으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이야기다. 미세플라스틱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면역 체계 조절에 장애를 일으킨다. 혈중 지방 수치의 상승에도 영향을 준다. 비스페놀A는 고혈압, 심혈관 질환, 당뇨병, 비만과 같은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 뇌에도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학계에선 미세플라스틱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인체의 더 깊은 곳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영국 플리머스대가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2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리뷰 논문을 통해 그간 알려진 것보다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의 깊은 곳에 남는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동안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의 뇌와 태반에서도 발견됐으며 남극과 심해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손상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완전히 제거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노출량을 줄이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이 최선의 대책이라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