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선임 불공정 논란에 입열어 “벤투는 매력적 후보 아니라 검증”
“국가대표팀 감독급은 국내에서든, 외국에서든 최고 레벨의 지도자인데, (전술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요구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프로축구 K리그1 울산의 김판곤 감독(사진)은 27일 대전과의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일부 축구인과 팬들은 대표팀 사령탑 후보였던 외국인 감독들이 면접 과정에서 자신의 전술 등을 프레젠테이션한 것과 달리 홍 감독은 세부 평가를 거치지 않고 지휘봉을 잡았다며 비난하고 있다.
김 감독은 2017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을 지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을 뽑은 인물이다. 김 감독은 2018년 8월 당시 벤투 감독 선임 배경을 알리면서 “벤투 감독에게 훈련 및 팀 운영에 관한 자료를 받아 전문성을 검증했다”고 말했다. 팬들은 축구협회가 당시 진행했던 이런 검증 절차를 홍 감독에겐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 감독은 당시에도 지도력이 이미 검증된 다른 외국인 후보들은 스카우트 개념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두 번 우승한 에르베 르나르 감독에겐 ‘지구 끝까지라도 가서 만나고 싶다’ ‘한국을 맡아 달라’고 사정했었다”면서 “그런 감독들에게 전술 운용에 대해 설명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축구협회가 차기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어떤 지도자를 뽑겠다’고 하는 방향성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시안컵 이후 축구협회 관계자의 말 등을 들어보면 오합지졸이 된 팀을 빠르게 ‘원팀’으로 만들 지도자를 찾는 것 같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왜 전력강화위원회 안에서조차 누구는 한국인 지도자를 뽑자고 하고, 어떤 사람은 외국인을 뽑자고 하면서 방향성 설정이 안 됐는지 모르겠다”며 “어떤 목적으로 감독을 선임한다는 걸 확실히 정한 뒤, 국민과 언론에 잘 설명했다면 지금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