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기억되고 싶을까.”
―최은영의 ‘밝은 밤’ 중
김세실 동화 작가
작품은 영옥의 기억을 지연의 삶에 풀어내며 하염없이 슬픈 이야기를 쌓아간다. 간절히 기억을 더듬는 영옥을 바라보며 지연은 앞서 살아간 사람들의 슬픔을 그려본다. 헤아림 속에서 영옥의 기억은 지연의 기억이 되고 슬픈 기억은 사랑의 이야기로 전유된다. 슬픔과 사랑은 다른 말이 아니라는 듯 슬픔은 사랑으로 나아가고 기억은 사람에게 다가간다.
1950년에 쓰인 새비의 편지가 반세기를 지나 지연에게서 발화될 때처럼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할 때 오래도록 온축된 사랑의 겹이 창졸간 벅차게 다가온다. 그렇게 긴 시간을 건너 돌아오는 말들이 있어 기억은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삶을 피워낸다.
김세실 동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