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의 청사진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강원랜드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복합리조트로 발전시켜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홍태식 객원기자
우리나라에도 머잖아 미국 라스베이거스처럼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카지노 리조트가 생길까. 최근 강원랜드의 행보를 보며 갖게 되는 호기심이다.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지난해 12월 취임 후 줄곧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복합리조트 건설’을 강조해왔다. 9월 5일 강원랜드 카지노 관련 규제가 여러 건 풀리며 사업 추진의 동력도 생겼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를 비롯해 호텔, 컨벤션센터, 공연장, 쇼핑몰 등이 모여 있는 시설을 의미한다. 게임을 즐기는 성인뿐 아니라 비즈니스 미팅에 참석하는 직장인, 공연을 관람하는 청소년 등까지 흡수해 막대한 수익을 내는 관광산업의 총아로 불린다.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복합리조트를 중심으로 지역 경제를 성장시킨 대표 사례다. 아시아에서는 마카오, 싱가포르, 필리핀 등이 국가 차원에서 복합리조트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최근 일본도 2029년까지 오사카에 50만㎡ 규모 카지노리조트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한국은 어떨까. 우리나라엔 강원랜드가 있다.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카지노와 스키장, 골프장, 워터파크 등이 모였으니 복합리조트라 할 만하다. 그러나 해외 ‘경쟁자’와 비교하면 아쉬운 점이 적잖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해외여행 붐을 타고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 등에서 선진 복합리조트를 경험한 사람들은 강원랜드의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단조로운 부대시설에 불만을 표하곤 한다.
최 대행은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 관광산업 경쟁력 약화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최근 K팝, K푸드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외국인이 매우 많지 않나”라며 “더 늦기 전에 이들의 발길을 우리나라로 이끌 만한 매력적인 복합리조트가 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월 2일 하이원그랜드호텔에서 ‘K-HIT 프로젝트 1.0’을 선포하고 있는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 강원랜드 제공
최 대행이 강원랜드 위상 제고를 위해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비카지노 분야 육성이다. 그가 4월 선포한 ‘K-HIT 프로젝트 1.0’에는 2032년까지 현재 13% 수준인 비카지노 분야 매출 비중을 30% 선으로 늘리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이를 위해 약 2조5000억 원을 투자해 K팝 공연 등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 스카이브리지, 웰니스 센터, 명품 숲길, 시그니처 풀빌라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K-HIT는 한국형(Korean) 하이원(High1) 통합(Integrated) 관광(Tourism)의 약자다. 최 대행은 K-HIT 프로젝트 성공이 우리나라 관광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자신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강원랜드에 카지노 환경 개선, 게임 기구 증설, 외국인 베팅 한도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카지노업 변경 허가’를 통보하면서 강원랜드의 발전 구상은 날개를 달게 됐다. 이번 조치로 카지노 영업장 면적 5748㎡ 확대, 게임 기구 300대 증설 등이 가능해졌다. 오랫동안 30만 원에 묶여 있던 외국인 전용 게임구역 베팅 한도가 3억 원으로 늘고, 이용 대상 또한 기존 시민권자에서 영주권자로까지 넓어졌다. 최 대행은 이번 결정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최 대행의 포부다. 그에게 강원랜드 발전에 ‘진심’인 이유를 물었다. “강원랜드는 폐광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태어난 공기업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강원랜드 카지노 매출의 13%는 폐광지역개발기금으로 조성됩니다. 강원랜드가 터 잡은 정선을 비롯해 강원 태백·영월·삼척, 경북 문경, 충남 보령, 전남 화순 등 전국 7개 폐광지역 지원에 사용하는 기금이죠. 개인적으로는 제가 정선 출신이에요, 큰아버지가 탄광에서 일하신 경험이 있어 탄광 폐쇄가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고요. 그만큼 강원랜드 발전 필요성 또한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청정 자연, K컬처 연계… 매력있는 관광자원으로
물론 그가 사명감만으로 강원랜드 발전을 추진하는 건 아니다. 최 대행은 강원랜드가 인프라 투자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할 경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매력적인 리조트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단풍과 어우러진 강원랜드 컨벤션 호텔 전경. 강원랜드 제공
“강원랜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첨병 될 터”
강원랜드의 여름은 또 그만의 매력이 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여름, 이곳은 열대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으로 입소문을 탔다. 최 대행은 “청정 계곡수를 채워 소독약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하이원 워터월드도 관광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라며 “국내 최대 규모인 3m 인공파도를 운영해 짜릿한 스릴까지 선사한다”고 자랑했다. 그렇다면 이제 곧 무르익을 가을에는 강원랜드에서 무엇을 즐길 수 있을까. 최 대행은 “‘하이원 운탄고도 케이블카’를 타고 ‘하이원탑’(해발고도 1340m)에 가볼 것을 권한다”고 했다. 백두대간에 위치한 강원랜드에서는 울창한 삼림, 맑은 공기 등 청정 자연을 즐길 수 있다. 강원랜드 제공
1년 중 5개월 이상 눈을 볼 수 있는 강원특별자치도 ‘하이원 스키장’. 세계적 수준의 시설과 설질을 자랑한다. 강원랜드 제공
“산 정상에 내리면 양, 토끼 등 귀여운 동물이 모여 있는 ‘하이원 구름아래 동물농장’이 방문객을 기다립니다. 동물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이 아주 좋아하죠. 또 리조트 주위로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힐링 웰니스 체험도 할 수 있어요. 올가을 강원랜드를 찾는다면 드라마 ‘식객’에 등장한 멋스러운 한옥 ‘운암정’에도 꼭 가보시면 좋겠습니다. 뜰에 설치한 투명 돔텐트 ‘별당’에서 단풍을 감상하며 K-디저트 ‘별당한상’을 맛보면 ‘이곳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강원랜드는 이런 수요를 반영해 ‘롱 스테이’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당장 올겨울부터 동남아 청소년들이 청정 K자연 속에서 K팝을 배우고, K푸드도 체험하는 3주 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계절학교’라고 이름 붙인 이 프로그램은 정례화해 매년 여름 겨울 개설할 계획이다. 최 대행은 “‘K-HIT 프로젝트’를 통해 밝힌 아레나 공연장, K-컬처센터 등까지 건립되면 강원랜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복합리조트로 국내외의 큰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강원랜드를 가족 단위 사계절 복합레저관광지구로 재편 및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규제 완화는 당시 구상의 연장선에 있다고 봅니다. 강원랜드가 국내외 가족 단위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유치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최 대행의 말이다. 강원랜드 성장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과 한국 관광 경쟁력 강화 청사진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카지노 규제 완화가 도박 중독을 부추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드는 게 사실. 최 대행에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물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강원랜드 카지노 전경. 강원랜드 제공
“우리 또한 그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도박 중독 예방 및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마음채움센터’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고요. 형식적으로 기구만 만들어 둔 게 아닙니다. 상주 인력을 약 30명 두고 여러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봐도 사행산업 운영자가 중독 예방 시설을 직접 운영하는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그만큼 중독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강원랜드는 중독 예방 차원에서 카지노를 일정횟수 이상 방문한 이들에게는 ‘지금 과몰입 위험 단계에 있다’는 내용을 고지한다. 도박문제 자가 진단 및 교육(CPGI)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기도 한다. 최 대행은 “앞으로도 도박중독 예방과 치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특히 청소년 및 군인들의 불법 도박 이용 및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경찰청 등 관련 기관과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세계 관광산업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복합리조트를 사행산업이 아니라 국가전략산업의 중심으로 바라봐야 할 때라고 봅니다. 한국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복합리조트가 만들어지면 우리 관광산업이 발전하고, 그 결과 경제와 국민 삶이 좋아진다는 인식이 확산하기를 바랍니다. 특히 지금은 K컬처의 인기로 세계인의 관심이 우리나라에 쏠리는 시기 아닙니까. 이때 외국인이 한국을 찾도록 할 만한 매력 있는 관광 콘텐츠를 많이 개발해야 합니다. 강원랜드가 그 노력에 앞장서겠습니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