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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이즈 본’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별세, 향년 88…“美 컨트리 전설”

입력 | 2024-09-30 12:10:00

재니스 조플린 ‘미 앤드 바비 맥기’ 등의 작곡가
샘 페킨파·마틴 스콜세지 등과 작업한 영화배우이기도




미국의 전설적인 컨트리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별세했다. 향년 88.

30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토퍼슨은 지난 28일 미국 하와이 마우이에 있는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다만 대변인은 사망 원인은 밝히지 않았다.

고인은 문학적인 노랫말로 컨트리 음악에 깊이를 불어넣은 뮤지션으로 통한다. 그는 영화배우로도 크게 성공했다.

컨트리 차트 1위를 차지한 ‘포 더 굿 타임(For the Good Times)’, 조니 캐시가 부른 ‘선데이 모닝 커밍 다운(Sunday Morning Coming Down)’ 등이 작곡가로서 고인을 대표하는 곡이다.

영국 시인 존 키츠, 1950년대 반기성 청년 집단인 ‘비트 제너레이션’, 포크록 대부 밥 딜런에게 빚진 네오 로맨틱 감성에 젖어 있던 크리스토퍼슨의 노래는 특히 자유와 헌신, 소외와 욕망, 어둠과 빛 등의 주제를 톺아봤다.
크리스토퍼슨은 특히 ‘미 앤드 바비 맥기(Me and Bobby McGee)’에서 “자유는 잃을 것이 없다는 또 다른 단어일 뿐 / 아무것도 가치가 없지만 무료”라고 썼다. 크리스토퍼슨과 한 때 연인 관계였던 1세대 여성 록스타 재니스 조플린(1943~1970)은 애절하게 녹음한 이 곡으로 사후인 1971년 1위 싱글을 냈다.

그해 말 크리스토퍼슨이 발표한 ‘헬프 미 메이크 잇 스루 더 나이트(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는 컨트리 차트 1위와 톱 10 팝 히트곡이 됐다. 그는 이 곡으로 1972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컨트리 송’을 받았다.

또 70년대 대부분을 결혼 생활을 한 보낸 미국 싱어송라이터 리타 쿨리지와 부른 ‘프롬 더 보틀 더 보텀(From the Bottle to the Bottom)’(1973)과 ‘러버 플리즈(Lover Please)’(1975)로 그래미에서 ‘듀오/그룹 최우수 컨트리 보컬 퍼포먼스’ 부문을 차지했다. 두 사람은 샘 페킨파의 서부극 ‘팻 개럿과 빌리 더 키드’(1973)를 포함한 영화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 거장 마틴 스콜세지는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은 영화 ‘앨리스 디 앨리스는 더이상 여기 살지 않는다’(1974)에 크리스토퍼슨을 캐스팅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프랭크 피어슨 감독의 ‘스타 탄생’(1976)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함께 주연을 맡아 골든 글로브 상을 받았다. 1937년 오리지널작을 리메이크 한 이 영화에서 크리스토퍼슨은 자유분방하고 반골적인 기운을 잘 살려 호평을 들었다.
크리스토퍼슨은 약 40년 동안 5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그 중엔 흥행에 실패한 ‘천국의 문’(1980)과 존 세일즈의 오스카 후보작인 네오 웨스턴 ‘론 스타’(1996)도 포함됐다.

뉴욕타임스는 “싱어송라이터는 영화 배우 중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크리스토퍼슨은 꾸준히 스크린에서 예외의 매력과 장악력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크리스토퍼슨은 2006년 매슈 매코너헤이 등과 함께 텍사스 영화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크리스토퍼슨의 녹음 아티스트로서의 마지막 주요 히트곡은 1985년 ‘하이웨이맨’의 1위 컨트리 싱글인 ‘더 하이웨이맨(The Highwayman)’이다. 하이웨이맨은 고인이 자신의 오랜 뮤지션 친구들인 조니 캐시, 웨일런 제닝스, 윌리 넬슨과 함께 결성한 컨트리 슈퍼그룹이었다.

크리스토퍼슨은 2006년 온라인 음악 잡지 ‘컨트리 스탠더드 타임(Country Standard Time)’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력을 회고하며 “작곡이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음반을 만들 수 없었을 거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투어도 못 갔을 거다. 그리고 제가 작가로 알려지지 않았다면 영화에 출연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었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작가’는 크리스토퍼슨의 여권에 적힌 직업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