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한 30대 남성 백모 씨가 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살인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30일 백모 씨(37)는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 심리로 열린 살인 및 총포화약법 위반 등 혐의 공판준비기일에서 “전례 없는 기본권 말살 때문에 이 사건이 일어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 씨는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 22분경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장식용으로 허가받은 날 길이 약 75㎝, 전체 길이 약 102㎝의 장검을 이웃 주민인 40대 남성에게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 범행 전날 은평구 한 카페에서 손님이 자신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욕설해 모욕한 혐의도 있다.
그는 재판장이 재차 범행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묻자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이것이 인정돼야 제 가격 행위가 인정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전제 사건에 대해선 재판부가 관여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며 “이번 재판은 피고인이 사람을 살해했는지에 대한 책임 유무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입장을 정확히 밝히면 된다”고 백 씨를 꾸짖었다.
백 씨는 3년 전 회사에서 퇴사한 후 정치·경제 기사를 접하다 지난해 10월경부터 ‘중국 스파이가 대한민국에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망상에 빠졌다. 이후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자주 마주치던 피해자가 자신을 미행하고 감시하는 중국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
백 씨가 체포된 이후 그의 부친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온 아들의 범죄 기사에 “아들이 자기 자신을 던지고 대의를 위해 살인했다” “범행의 동기가 사익이 아닌 공익이라면 국가는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보상해 줘야 한다” 등의 댓글을 반복적으로 남겨 공분을 산 바 있다. 네이버는 백 씨 부친의 계정이 댓글을 달 수 없도록 조치했다.
재판을 방청하던 피해자의 유족은 검찰이 백 씨의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언급하자 눈물을 흘리며 “죄도 없고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을 백 씨가 악랄하게 죽였다. 아들의 죽음이 너무 억울해 한이 맺히고 원통하다. 이 한을 꼭 풀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도 재판 후 “피고인이 여전히 죄를 뉘우치지 않고 변명하고 있어 유감이고 분노스럽다”며 “오늘 공판은 피고인에게 법정 최고형이 선고돼야 하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