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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제연구소, ‘고려아연’ 분쟁 관련 긴급 좌담회 개최… “기관투자자 역할 중요성 강조”

입력 | 2024-09-30 18:28:00

역대 최대 규모 주식 공개매수… 국가적 현안으로 떠올라
영풍 측 고려아연 경영권 강화 명분 내세워
반면 실제 경영권 MBK파트너스에 넘기는 모순 지적
국가핵심기술 유출 우려… 국가경제 영향 등 고려해야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 역할론 제기
기관 사외이사 추천 등 권리 행사 필요성 강조
“기업가치·주주권익 향상 위한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 선진화”



ESG경제연구소가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한국ESG평가원·ESG경제연구소는 지난 27일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전문가 좌담회’를 진행했다고 30일 밝혔다. 한국ESG평가원과 ESG경제연구소는 기업이 추진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평가·연구하는 조직이다. 지난 2022년 각각 ESG 평가와 연구에 중점을 둔 별도법인(사업체)으로 분리돼 운영 중이다.

이번 좌담회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 측의 여론전이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긴급하게 열렸다고 한다. 좌담회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ESG경제연구소 측은 전했다.

김광기 ESG경제연구소 대표는 “이번 딜이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 주식 공개매수이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우량기업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 중대 현안으로 떠올랐다”며 “한국경제와 자본시장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될 수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할 필요가 있다”고 좌담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유효상 유니콘경제경영연구원장은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면서 98분기 연속 흑자를 낸 국가대표급 기업”이라며 “사모펀드를 통해 자칫 외국 기업 손에 넘어가면 고려아연에 원료 소재를 의존하는 많은 국내 기업들이 공급망 확보에 차질을 빚고 세계 1위 첨단 기술들이 외국에 넘어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유 원장은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나선 뒤 고려아연이 뒤늦게 국가핵심기술 보호를 신청했지만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더라도 차익 실현을 위해 매각하는 과정에서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기술이 유출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고려아연처럼 규모가 큰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마땅한 국내 기업이 드물다는 전제가 기반이 된 분석이다.

또한 유 원장은 이번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성격이 ‘적대적 M&A(인수·합병)’에 해당한다고 했다. 고려아연 경영진과 사전 논의가 없었고 현 경영진 의사에 반해서 시도됐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영풍의 경우 고려아연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겨주는 특이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개매수를 통해 실질적으로 경영을 책임지게 되는 경영자는 전략적투자자(SI)가 아니라 재무적투자자(FI)인 MBK파트너스라고 강조했다.

외국 기업 매각 여부에 대해서는 사모펀드가 수익을 포기하면서 국내 기업에 되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유 원장은 평가했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보유한 기술과 자산 등을 투자수익 환수를 위해 쪼개서 팔면 국가적인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경영권 분쟁 이후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유 원장은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한다면 우량 상장기업에 대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시도가 빈번해질 수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성도 있다”고 전했다. 국가핵심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토론을 통해 주주 관점 의견을 공유했다. 강 교수는 “적대적 M&A 등으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결구 기업은 장기적인 성장이 답이다”며 “기업은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주주뿐 아니라 직원과 협력업체,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전체의 공동 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정부도 이러한 ESG 기본 철학에 입각해 자본시장이 기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기금 등 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주주 구성에서 연기금 등 기관 비중이 높으면 장기적인 성과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는데 이번 분쟁에서 국민연금이 중립을 지키는 것은 자체 규정일 수 있지만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결국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 본질적 가치를 높이는 것인데 성장에 더 관심이 많고 적합한 리더가 고려아연 현 경영진인지 아니면 공개매수에 나선 사모펀드 연합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준 디토이에스지(DitoESG) 대표는 “국민연금을 위시한 일반 주주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재무적 차원뿐 아니라 기업 가치에 대한 강력한 비전과 거버넌스 선진화, 적극적인 주주 소통 등 ESG 관점 접근이 중요하다”며 “이번 분쟁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주주 소통이 더욱 활성화되고 지배주주와 최고경영자가 직접 주주와 소통에 나서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광기 ESG경제연구소 대표는 “무엇보다 이사회 중심 경영과 기관투자자들이 사외이사를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제도와 관행 등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며 “특히 국내 우량기업 주식 10%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기관투자자들과 협력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