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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동 전면전 위기, 안보·경제 후폭풍 단단히 대비해야

입력 | 2024-09-30 23:30:00

예멘 항구도시 호데이다 (신화 뉴시스)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2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에 머물던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한 뒤에도 군사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 29일 예멘의 무장단체 ‘후티’ 군사 시설을 전투기로 파괴했고, 30일에는 베이루트 도심까지 겨냥해 드론(무인기)으로 폭격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지배하는 무장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기습 침투해 민간인을 1200명 넘게 살해하고, 약 250명을 납치하면서 시작된 ‘5차 중동전쟁’이 이스라엘과 범이란 세력의 전면전이라는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 위기에 놓였다.

전면전 확전 여부는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의 반이스라엘 군사 행동에 무기와 자금을 대 온 이란의 선택에 달렸다.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악한 이스라엘에 맞서고, 헤즈볼라가 선두에 서라”며 직접 나섰다. 하지만 강경대응 지시인지, 헤즈볼라가 전면에 서고 이란은 배후 지원 정도만 하겠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전면전이냐 상황 유지냐 기로에 선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중동 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이스라엘의 공격성이다. 3번째 집권한 뒤 강압 정치로 궁지에 몰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 실패를 확전으로 돌파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3차례 공습 때도 최우방국이자 평화 중재 중인 미국에 통보조차 않았다고 한다. ‘미국 패싱’은 미국의 달라진 위상과 무관치 않다. 미국은 해외 분쟁에 개입할 의지도 능력도 줄어든 상태다. 미국 내 셰일가스 개발로 중동산 석유 의존이 줄었고, “외국 도울 돈이 있으면 국내에 쓰겠다”는 트럼프식 외교 원칙이 먹혀들면서 군사 개입이 더 어려워졌다. 미국의 압도적 힘이 약해진 지금 중동에선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동 사태가 주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국내 산업에 당장 큰 영향이 없다고 하더라도 전면전이 벌어져 장기화한다면 유가는 출렁이고, 원자재 가격 상승도 뒤따르게 된다. 인플레 압박이 커지면서 2%대로 가까스로 떨어진 물가상승률을 흔들게 된다. 원유 수급 안전망 구축, 대체 노선 확보 등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군사 개입을 선택한다면 한국은 파병 혹은 무기 제공 등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적절한 기여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란이 우리를 적대적 상대로 규정하고 나올 수 있고, 국내 여론은 분열될 수 있다. 정부가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