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돌풍’ 자유당 키클 대표 히틀러 즐겨 쓴 ‘인민의 총리’ 외쳐 과반 실패… 연정 구성 물밑 협상
지난달 29일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원내 1당에 오른 극우 ‘자유당’의 헤르베르트 키클 대표(56·사진)가 이번 유세 과정 내내 한 말이다. 자신 또한 집권하면 강력한 반(反)이민, 반이슬람, 반유럽연합(EU)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동유럽의 트럼프’ 오르반 총리를 추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유당은 1950년대 나치 독일의 부역자들이 결성했다. 극우 정당의 원내 1당 등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최근 유럽의회, 프랑스 총선, 독일 지방선거 등에서 확인된 극우 정당 돌풍이 오스트리아에도 상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CNN 등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의 예비 결과에서 자유당은 29.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카를 네하머 총리가 이끄는 현 집권당으로 중도우파인 인민당이 26.5%,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은 21%로 뒤를 이었다.
자유당과 인민당 모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양측이 모두 각각 원하는 세력과 연정 구성을 위한 물밑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인민당이 자유당을 배제한 채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의 ‘우향우’ 바람을 어떤 식으로든 반영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키클 대표는 1968년 남부 케른텐주(州) 필라흐에서 건설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군에서 1년간 복무한 후 빈 대학에 진학했지만 졸업하지 못했다. 1995년 자유당에 입당해 당 요직을 거쳤다.
2017년 자유당이 인민당의 연정 파트너가 되자 키클 대표 또한 내무장관에 올랐다. 당시 그는 “여러 곳에 분산된 불법 이민자를 한 시설에 수용시켜야 한다”며 나치의 강제수용소를 연상시키는 듯한 발언을 해 비판받았다. 2021년 6월 당 대표에 오른 후 강경한 반난민 구호로 고물가,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조치 등에 반발하는 표심을 파고들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