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중간감사 보고받고 지시 대통령실 “국민 눈높이 못따라가”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홍명보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등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제기된 불공정 의혹과 관련해 “진상을 명백히 밝히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팀 감독 선발 과정에 대한 중간 감사 결과를 보고받고 “축구협회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문체부가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확실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며 이같이 주문했다.
이날 보고된 감사 결과 내용에는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발이 규정대로 이행되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사실이 포함됐다고 한다.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의 사퇴로 감독 선임 권한을 이어받았지만 이사회 결의 없이 위임받아 정관을 위반한 점, 7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최종 후보 면담과 협상 등 절차 진행에 대한 동의를 5명에게서만 받은 점 등이 감사 결과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감독 선임에 필요한 지도계획서 제출과 면접 등도 생략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절차 위반이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고 한다.
당초 10월 2일 문체부가 발표하려던 중간 감사 결과를 윤 대통령이 사전에 보고받은 뒤 직접 메시지를 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불공정 선발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홍 감독과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의 거취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중을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홍 감독과 정 회장이 국민 눈높이를 알아야 한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용인돼 왔던 축구협회의 대처가 국민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체육이 의미 있게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현장에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문체부가 정상적 감독 선임 절차가 무너진 규정 위반에 대해 축구협회에 시정 처분을 요구할 것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