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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보력 밀리는 이란, 전면전 딜레마

입력 | 2024-10-01 01:40:00

[이스라엘發 중동 확전]
강경-온건파 대응책 놓고 갈등
하메네이도 구체 방안 제시 못해
직접 개입 대신 헤즈볼라 재건 주력




이스라엘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최고지도자를 암살하고 예멘 후티 반군(후티) 등으로 공격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지원해 온 이란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중동 내 영향력 확대 역할을 해온 ‘안보 자산’인 무장단체들이 큰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에 밀려 뚜렷한 대응책을 못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을 둘러싸고 이란 정부 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도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NYT)는 신정 일치 정치체제인 이란의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나스랄라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이란혁명수비대(IRGC) 간부 등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NYT에 따르면 나스랄라가 암살된 직후 하메네이의 자택에서 긴급 국가안보회의가 열렸고 당시 IRGC 관계자 등 강경파 인사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이스라엘을 타격해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7월 취임한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 등 온건파 인사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확전을 위해 쳐놓은 덫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반대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서방과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 재개를 통한 경제 제재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회의는 일단 직접 개입은 하지 않으면서 헤즈볼라를 재건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이란은 지난달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동시 폭발 테러에 이어 핵심 지도부 암살로 큰 타격을 입은 헤즈볼라의 통신과 지휘체계 등을 복구하기 위해 조만간 IRGC 고위 사령관을 레바논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메네이는 지난달 28일 성명에서 “헤즈볼라가 저항군의 선봉에 나서 중동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또 별도 성명을 통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대한 저항군의 공격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보복 의지는 강조했지만 이란의 직접 개입과 세부적인 보복 방식은 밝히지 않은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새넘 배킬 중동국장은 “현재 이란은 어떤 행동을 해도 패배로 이어지는 상황에 처했다”며 “하메네이가 직접 보복을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에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