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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추계위 과반 추천권 줄것”… 의사단체 절반 “추천 않겠다”

입력 | 2024-10-01 01:40:00

[의료공백 장기화]
정부 “추계위 논의결과 최대한 반영”… 의협 “증원규모 보정심서 결정 반대”
대한의학회-의대교수들도 회의적… 野 “법적근거 갖춘 추계기구 필요”




정부가 30일 연내 의사 수급 추계위원회(추계위) 구성 방침을 밝힌 배경에는 그동안 의사단체가 주장해 온 ‘과학적 추계 기구 설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의료계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있다. 이를 위해 13명 중 7명을 의사단체 추천 인사로 임명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추천을 해야 할 의사단체 절반가량은 추천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여야의정 협의체처럼 논의가 공전하거나,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처럼 ‘반쪽 출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의사단체 절반 “추천 부정적”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추계위원을 추천할 단체로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외에 의대 교수 단체와 전공의 단체, 의대생 단체 등 10곳을 거론했다. 여기에는 대한병원협회(병협) 등 병원 모임도 3곳 포함됐다. 단체별로 2명 이상 추천을 받고 이 중 전문성을 고려해 7명을 위원으로 위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거론된 단체들을 접촉해 본 결과 10곳 중 최소 4곳은 추천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먼저 의협은 “추계위에 전문가를 추천하지 않겠다”면서 “(증원 규모를) 추계위에서 논의하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결정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고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과반인 보정심이 아니라 의사가 과반인 추계위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한의학회도 “자문기구로 결정 사항이 제대로 반영될 수 없는 구조를 만들면 어떻게 믿고 들어갈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조 장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추계위의 추계 결과와 정책 제안은 보정심에서 충분히 존중될 것이며 인력 정책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못 믿겠다는 것이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2025학년도 증원 규모를 논의할 수 있어야 전문가 추천이 가능하다”며 “추천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내부 회의를 해봐야 한다”면서도 “법적 근거를 가진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구성되지 않으면 추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전공의 단체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의대생 단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이번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의료계에선 두 단체의 추천 가능성 역시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 병원협회 “전문가 추천할 것”

반면 병협 관계자는 “전문가 추천을 생각 중”이라며 “참여해서 실질적으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 관계자도 “병협 등과 상의해야겠지만 현재로선 추천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병협은 올 4월 의개특위가 출범할 때도 위원을 추천했으며 최근 여야의정 협의체 논의 때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의협 등은 병협 등 사용자단체가 참여할 경우 정부와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고 의대 교수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및 의대생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의료특위)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기구가 아니라 법적 근거를 갖춘 추계기구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추계위 구성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정부가 주도한) 추계위에서 도출한 결과는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는 의료 분야에 관해 광범위한 논의를 제한 없이 모여 하는 기구”라며 “(추계위는) 정부가 (의료인력을) 추계하는 방식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고 했다. 또 “여야의정 협의체가 (갈등의) 해결 창구이고 그 과정에서 (의료인력 수급) 추계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