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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없는 순천 여학생 분향소…시민들 추모 행렬 이어져

입력 | 2024-10-01 15:41:00


28일 오후 전남 순천시 조례동 한 도로변 화단에서 ‘10대 여성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2024.9.28. 뉴스1

지난달 26일 전남 순천에서 살인범 박대성(30)에게 희생된 10대 여학생의 영정(影幀)없는 분향소에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일 전남 순천시에 따르면 박대성에게 살해된 A 양(18)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분향소에 시민 2000명이 찾아와 추모했다. A 양을 추모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순천시는 지난달 29일 조례동 사건 현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이달 3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분향소는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밤늦게까지 시민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분향소에는 시민은 물론 같이 학교를 다닌 친구들, 전국에서 모여든 추모객들이 국화꽃을 놓고 추모의 글을 남기고 있다. 분향소에는 국화꽃만 놓여 있을 뿐 단상에는 영정 사진이 올려져 있지 않았다. 순천시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A 양 얼굴이 공개되는 것은 원치 않아 영정사진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가족은 삼일장을 치르고 A 양을 추모공원에 봉안했다. 깊은 시름에 잠긴 유가족은 외부와 접촉을 꺼리고 있다. A 양은 다문화가정의 외동딸로 전해졌다. 이주여성인 모친은 지난달 30일 분향소를 찾아 추모하며 눈물을 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순천 길거리에서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박대성(30)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전남경찰청 제공

전남 순천경찰서는 박대성이 계획적인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박대성은 지난달 26일 0시 반경 안주와 소주 4병을 자신의 가게로 배달시켜 모두 마신 뒤 흉기를 챙겨 나왔다. 그는 거리로 나와 처음 본 A 양을 800m가량 따라가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달아났다. 흉기를 버리고 도주한 박대성은 호프집에서 맥주 반 병을 마신 뒤 다시 거리로 나와 행인과 다툼을 벌이다 체포됐다. 경찰은 박대성이 영업난에 가게를 휴업하고 최근 여자친구와 헤어지자 홧김에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전남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어 흉악범죄 피의자인 박대성의 이름과 나이, 사진 등을 공개하기로 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