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환자 자선 격투했던 김보성 8년 만에 시각장애인 위해 링 올라 친구 도우려다 시각장애 6급 판정 같은 어려움 겪는 이들 치료 돕고파
12일 두 번째 격투기 경기를 갖는 ‘의리의 배우’ 김보성이 지난달 30일 훈련 중 시각 장애인들의 희망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결의를 보이고 있다. 김보성 제공
“장애인 중에서 시각장애인의 자살률이 1위라고 합니다. 살아갈 희망이 없다는 거죠. 저도 시각장애인(6급)인데, 그들에게 살아갈 이유가 되려 합니다.”
대한민국 대표 ‘상남자’이자 ‘의리의 아이콘’인 배우 김보성(58)이 또 한번 자기 몸을 던져 누군가를 구하고자 한다. 8년 전 그는 소아암 어린이들을 살리기 위해 격투기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상대로 종합격투기 전적만 60회가 넘는 베테랑 파이터 일본의 곤도 데쓰오가 섭외됐다. 망신당할 수도 있었다. 예고편이 더 긴, 짧은 웃음거리 이벤트가 될 뻔도 했다.
걱정이 큰 만큼 그는 더 철저히 준비했고, 정면 대결로 맞섰다. 결과는 패. 상대의 펀치에 제대로 맞아 오른쪽 안와 골절상을 입었다. 그렇지만 사는 의미를 느껴 눈을 못 뜨고도 웃었다. 감동받은 소아암 어린이들은 그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대전료와 입장 수익, 또 조그만 후원금을 받아 어린이들의 치료비와 수술비로 기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8년 만에 다시 격투기 무대에 오른다. 이번에는 중증 시각장애인들을 돕기로 했다. 개안 수술을 해야 앞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또 의리가 발동했다. 이번에도 상대는 곤도다. 12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리벤지 매치를 한다. 김보성보다 두 살 어린 곤도는 올해도 실전 대회에 계속 나섰다. 1차전보다 더 힘든 경기다.
김보성은 “곤도의 올해 경기를 보니 마음 같아서는 경기를 취소하고 싶다. 길게 끌면 국민들에게 망신당할 수 있다”면서도 “곤도에게 패배한 직후엔 액션 영화 섭외가 안 들어왔다. 복싱 준비를 잘해서 1라운드 1분 안에 왼손 훅으로 이기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극구 반대하는 아내에게 오른쪽 눈을 안 다치겠다고 약속한 뒤 허락을 받았다. 그래서 상대의 오른쪽 주먹에 걸리지 않기 위해 동작을 ‘사우스포(왼손잡이)’로 바꿨다.
하루 4시간 훈련을 하고 있는데 얼마 전 3t 화물트럭이 자신의 차 뒤를 받는 사고가 나서 무릎을 다쳤다. 그래도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널리 알리고, 그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 포기는 절대 없다.
못 말리는 의리인 건 알겠는데 본인이 다치면서까지 남을 돕는 이유가 뭘까.
“같은 처지인 김보성도 저렇게 열심히 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저는 지금 인생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윤회’를 믿습니다. 김보성은 죽어도 다시 태어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울 거예요. 그러다 언젠가 김보성의 의리가 경지에 이르겠죠. 하하. 의∼리!∼입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