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철강, 업황 부진 위기에… 고품질 철근표준 도입해 재고 털어 철근 유통 재고량 한달새 39% 감소 주담대 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책도… “韓 업황 개선까진 시간 걸릴 듯”
중국 정부가 철강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각종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중국발 ‘저가 밀어내기’에 고통을 받던 한국 철강업계는 업황 반등의 계기가 될지 중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1일 국내 증권사 하나증권과 중국 철강 자문업체 마이스틸의 분석에 따르면 건축물에 주로 쓰이는 ‘철근’의 중국 내 유통 재고량은 지난달 27일 기준 441만 t이었다. 한 달 전에 비해 39% 감소했다. 주로 선박이나 건설업에 사용되는 ‘후판’, 자동차 차체에 쓰이는 ‘냉연’, 건축 구조물이나 차량에 적용되는 ‘열연’은 각각 한 달 전 대비 19%, 8%, 4%씩 재고량이 줄었다. 이 중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던 철근의 경우 재고량이 6개월 전인 올 3월 말과 비교해 68% 줄어들며 가장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철강 제품 재고량 감소는 중국 정부가 최근 몇 달간 발표한 철강 구조조정 정책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올 6월에 새로운 철근 표준을 도입해 철강업체들에 기존보다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도록 요구했다. 그러면서 유예 기간은 고작 3개월만 줬다. 이 기간 이후에는 기존 철근을 판매할 수 없기에 중국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재고를 털어냈다.
중국 정부는 또 올해 목표인 5%대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최근 내놨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첫 주택 구입자의 최소 계약금 비율을 15%로 낮추고, 시중은행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를 지시했다. 중국 광저우도 주택 구입에 대한 자격 심사를 중단하고, 소유 주택 수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 철강업계가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중국 철강업체들의 생산량과 재고량은 글로벌 철강 경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이 과잉 생산한 물량을 자국 내에서 해소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밀어내 국내 철강 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더군다나 5월 미국이 중국산 철강 특정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0∼7.5%에서 25%로 연내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중국 업체들의 밀어내기는 더 심해졌다. 이로 인해 올해 중국의 철강 수출량이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1억 t을 넘길 전망이다.
만약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으로 중국 철강 시장이 회복돼 재고가 줄면 중국 업체들의 밀어내기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국내 업체들의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신중론도 여전하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각종 부양책을 내놓은 지 얼마 안 됐고, 철근 재고량 감소는 건설업 성수기로 인해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다”면서 “국내 건설경기 침체도 여전하기에 국내까지 온기가 전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