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여객기가 김포국제공항에서 출발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8월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군산∼제주 노선의 동절기(10월 27일∼내년 3월 29일) 운항을 중단하기로 하자, 군산을 비롯한 전북도 지역 민심이 들끓었다. 군산∼제주 노선은 이스타항공과 진에어가 각각 하루 2회, 1회씩 총 3회 운항하는데, 전체 운항의 3분의 2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한 편당 적자 폭이 넓어서 연간 수억 원의 손해를 보고 있고, 동계는 기상 문제로 결항이 잦아 운항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2020년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경험이 있다. 가까스로 살아난 만큼 수익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그러나 지방 공항의 경쟁력 차원에서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 지방 공항의 항공사 취항에 따른 갈등은 군산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항공사들은 사천, 양양, 울산 등 지방 공항 취항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그나마 수익성이 있는 국내선은 제주와 부산 노선 정도다.
손실보전금은 항공사 유치를 위해 쓴 마케팅 비용이자 지역 교통 편의를 위해 쓴 복지 명목 예산이다.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내준 돈을 항공사 운항 중단을 비난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건 맞지 않아 보인다. 이런 지원이 없다면 취항 자체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군산공항의 항공기 착륙료는 약 59만 원으로, 12만 원 수준인 양양과 울산공항보다 약 5배 높다. 군산시 등이 이 중 36만 원가량을 감면해 주고 있는데 양양은 전액을, 울산은 절반을 감면해 준다. 제주공항은 이런 지원 자체가 없다. 누구나 취항하려 하기 때문이다.
일부 일본 소도시들은 지자체뿐 아니라 지역 관광 및 여행업계가 함께 모여 항공사 취항을 위한 자금과 지원책을 마련한다. 한국을 직접 찾아와 재정 지원을 제안하며 자기 지역에 취항해 달라며 읍소에 가까운 요청을 한다. 일본이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고 “보조금까지 줬는데 운항을 멈췄다”고 비판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항공사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명분만 앞세우며 항공사를 다그쳐서는 항공사를 취항시키고 붙잡는 데 한계가 있다. 이용객들과 항공사들이 많이 몰릴 수 있는 매력적인 공항인지, 지자체는 공항 경쟁력을 갖추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