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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맹탕 만찬’ 8일 만에 ‘韓 뺀 용산 만찬’… 이젠 말도 안 섞겠단 건가

입력 | 2024-10-01 23:27:0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마치고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산책을 하고 있다. 2024.9.24.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 여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등을 용산 대통령실로 불러 만찬을 갖기로 했다. 한동훈 대표를 초청했다가 ‘빈손 맹탕’이었다는 혹평을 받은 지 8일 만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다음 주 시작하는 국정감사를 앞둔 격려의 자리로, 매년 해 오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8일 전 대통령 독대를 재차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아직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한 대표가 현역 의원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원내 중심의 만찬을 준비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현 상황에서 잘못된 메시지를 남길 우려가 크다. 윤 대통령은 8일 전에는 체코 원전 수출 외교의 성과 설명에 만찬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만한 사안이 없다. 국정감사 대응, 내년 예산안 및 법안 처리 등 정기국회 현안을 논의하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여당의 파트너가 한 대표가 아니라 추경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윤 인사들이란 의구심을 키우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가 7월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좌파 유튜버와 접촉해 ‘한동훈 공격’을 사주한 듯한 녹음 내용이 공개됐다. 전화 대화 속에서 김 전 비서관 직무대리는 “너희가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거나 “(한 대표가) 대통령 되려고 비대위 때부터 (여론조사 예산을 놓고) 수작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SNS 글을 통해 이를 직접 비판하면서 친윤-친한 갈등은 더 번지고 있다.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과 여당의 국정 주도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윤-한 양자의 불신과 소통 부재다. 국정 성과를 위해선 야당과도 대화하고 협력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여당 대표와 만남을 꺼린다면 되는 일이 있겠는가. 한 대표 취임 이후로 두 사람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3자 간 90분 대화를 나눈 것 외엔 제대로 된 국정 논의를 한 적이 없다. 한 대표가 대통령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언론에 미리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이 언짢아했다지만, 두 사람이 협력해야 할 책무는 거북한 개인감정을 넘어서는 일이다. 이런 식의 감정싸움과 소통 부족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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