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책사회부 차장
‘당신이 원하는 교육에 투표하세요.’
16일 열리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동네에는 이 같은 문구가 담긴 선거일 및 사전투표 안내 플래카드가 붙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도 푸른 나무 한 그루 그림과 함께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한 표를 심는 날’이란 메시지가 떴다. 서울 지역 유치원생부터 고교생까지 학생 84만 명을 관할하고 연 12조 원의 예산 집행 권한을 지닌 ‘교육 소통령’ 서울시교육감 자리가 갖는 무게감을 잘 표현한 문구들이다.
그런데 정작 유권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위해 누굴 선택해야 하는지, 자녀 및 미래 세대에 도움이 되는 후보는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해한다. 교육 철학과 능력을 검증하며 서울 교육을 책임질 수장을 가려내야 하는 선거가 3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공약 검증’ 대신 ‘정치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이런 형태가 반복되면서 교육계 내부에서도 “교육감 선거가 정치색에 물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두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내세운 ‘공약 1호’는 뭘까. 조 후보는 “학력을 높이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1호 공약으로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최대 100만 원 지원’을 내놨다. 정 후보는 지역교육청 단위로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서울 교육 플러스 위원회’ 신설을 내세웠다. 하지만 유권자 중 이들의 1호 공약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각 진영에서 표심을 잡기 위해 외친 ‘좌파 교육감 청산’, ‘우파 정권 퇴행적 교육정책 저지’ 등 해묵은 진영 논리만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교육감 선거는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사실상 ‘깜깜이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권자 관심이 적었다. 특히 교육감 보궐선거의 경우 역대 투표율이 10∼20%대에 그쳤다. 투표장을 가더라도 후보가 누구인지, 후보별 공약이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니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기대는 선거 운동을 반복해온 것이다. 교육감 선거는 헌법에 나온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 공천을 받지 않는다는 취지를 망각한 행태였다.
교육 정책 공약과 비전에 대한 검증 없이 서울시교육감을 선택하기엔 그 자리가 갖는 권한이 막대하다. 그런 만큼 두 후보가 지금이라도 서로 네거티브를 자제하겠다는 신사협정을 맺고 누가 더 학생과 교육을 생각하는 진정한 교육감인지를 겨루는 선거로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