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와 대화할 때는 흉기 감춰
전남경찰청이 순천 도심에서 흉기를 휘둘러 10대 여성을 살인한 피의자 박대성(30)에 대한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2024.9.30. 뉴스1
전남 순천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을 살해한 박대성(30)이 범행 직전 30분가량 흉기를 소지한 채 자신의 가게를 수차례 들락날락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대성은 지난달 26일 0시경 전남 순천시 조례동 자신의 가게 주방에서 흉기를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3개월 전부터 자신의 가게에서 숙식하며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성은 가게를 나오기 전 소주 4병을 모두 비웠다고 주장했다.
가게 앞 인도에 선 박대성을 승객으로 인식한 영업용 택시가 멈춰서자 그는 흉기를 몸 뒤편에 감추고 운전기사와 대화를 나눴다. 택시는 그를 태우지 않고 떠났다. 택시 운전기사와 대화 당시 박대성이 흉기를 감추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범행대상으로 노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대성은 흉기를 소지한 채 인도를 살피며 가게를 30분 동안 들랑날랑했다. 그가 두 번째로 본 사람이 인도를 걷고 있던 A 양(18)이었다. 그는 A양을 800m가량 따라가 흉기로 살해한 뒤 달아났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박대성이 A양 살해 직전 30분 동안 흉기를 소지한 채 가게를 수차례 오간 것을 CCTV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박대성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직전 소주 4병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각종 증거가 있어 혐의는 인정한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날도 “소주 4병을 마셔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경찰은 박대성이 영업난에 가게를 휴업하고 최근 여자친구와 헤어지자 홧김에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대성은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범행 전 흉기를 미리 챙겨 가게를 오가며 범행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미루어 계획적 범죄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