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가능해져…法, 영풍 측 가처분 신청 기각

입력 | 2024-10-02 14:03:00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 시도를 방어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전망이다. 법원이 2일 공개매수 기간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막아달라는 영풍·MBK파트너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고려아연이 반격에 나설 활로가 열렸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 방식의 자사주 매입을 의결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의 모습. 2024.10.2 뉴스1

75년간 동업을 해온 고려아연과 영풍이 경영권 다툼을 이어가는 가운데, 법원이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취득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지분 확보 싸움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영풍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앞서 영풍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 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섰으며, 고려아연은 이에 대응해 자사주 취득을 통한 경영권 방어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던 지난달 19일, 영풍과 MBK 측은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인’에 해당한다”며 공개매수 기간(9월 13일~10월 4일) 동안 최 회장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게 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달 27일 열린 심문기일에서 양측은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인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맞붙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회사의 특별관계자가 공개매수 기간 동안 공개매수가 아닌 방법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은 여전히 공정거래법상 영풍의 계열사이며, 영풍과 지분관계가 있는 특별관계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과거 영풍의 장형진 고문 일가와 최윤범 회장 측 일가가 상호 협력해 고려아연을 지배했던 것은 맞지만 더이상 협력 관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영풍과 고려아연은 ‘공동보유관계’가 아님이 상당히 증명되었다”며 “‘공동보유관계가 아니면 특수관계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현행법에 따라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공동보유관계는 △주식 등을 공동으로 취득하거나 처분하는 행위 △주식을 공동·단독으로 취득한 후 상호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행위 등에 대한 합의가 있는 관계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풍과 고려아연이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해 명시적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봤다. 그 근거로 고려아연이 영풍의 공개매수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한 점 등을 들었다.
이러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 고려아연은 대규모 자사주를 취득해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이 경영권 인수 시도를 저지하려면 고려아연 지분 7% 이상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세운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 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 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두 회사는 2022년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최 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 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경영권 갈등을 빚어왔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