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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체면 구긴 에이스…아쉬움 가득한 SSG 김광현의 2024시즌

입력 | 2024-10-02 13:43:00

정규시즌 성적 12승 10패 평균자책점 4.93으로 기대 밑돌아
KT와의 5위 결정전에서 구원 등판했으나 역전 3점포 허용



1일 경기 수원시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SSG 랜더스와 kt wiz의 5위 결정전 경기, 8회말 무사 1, 3루 상황 kt 로하스에게 3점 홈런을 맞은 SSG 투수 김광현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4.10.01. 뉴시스


SSG 랜더스의 좌완 에이스 김광현(36)이 커다란 아쉬움을 안은 채 2024시즌을 마쳤다.

김광현은 올해 정규시즌에 31경기에 등판, 162⅓이닝을 던지며 12승 10패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했다.

김광현은 SSG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이다. KBO리그 통산 387경기에서 170승 98패 평균자책점 3.33의 성적을 거뒀다. 통산 다승 3위, 탈삼진 3위(1882개)를 달리고 있다.

이런 김광현에게 올해 성적표는 기대를 밑돈다.

지난해 30경기에서 9승 8패 평균자책점 3.53에 그쳤던 김광현은 올 시즌 전 “올해 무조건 많이 이기고 싶다. 170이닝 정도 던지면서 15승 이상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지만, 반등을 이루지 못했다.

시즌 내내 기복이 심한 모습이었다. 5월에는 한 달 동안 5경기에서 승리없이 3패, 평균자책점 7.20에 머물렀다.

7월 1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는 3이닝 9피안타(2홈런) 8실점으로 무너지기도 했다. 김광현이 한 경기에서 8실점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5년 8월 29일 KT 위즈전 이후 무려 9년 만의 일이었다.

로버트 더거의 부진,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부상 이탈로 시즌 중반까지 외국인 투수진에 구멍이 있었던 SSG는 김광현까지 기복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선발진 운용에 애를 먹었다. 올해 SSG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5.26으로 최하위다.

2024시즌 김광현의 마지막 장면도 짙은 아쉬움만 남겼다.

9월초 8위까지 떨어졌던 SSG는 9월 한 달 동안 13승 1무 5패를 거두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자랑해 포스트시즌 막차 티켓 싸움을 5위 결정전까지 몰고 갔고, 1일 KT 위즈와 사상 최초의 5위 결정전을 치렀다.

SSG는 8회초까지 3-1로 앞서며 포스트시즌 진출 기대를 부풀렸다.

선발로 나선 엘리아스가 6이닝 2피안타(1홈런)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엘리아스가 1회초 선취점을 줬지만, SSG는 3회 정준재의 적시타로 동점 점수를 낸 후 5회 최정의 적시타로 역전했다. 8회 최정이 솔로 홈런을 터뜨리면서 3-1 리드를 잡았다.

SSG는 엘리아스가 마운드를 내려간 후 7회 셋업맨 노경은 카드를 꺼내들었다. 7회를 삼자범퇴로 끝낸 노경은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노경은은 8회 선두타자 심우준에 우전 안타를 맞았다. 그러자 SSG 벤치가 움직였고, 김광현 카드를 꺼내들었다.

9월 28일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97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은 단 이틀만 쉰 상황이었지만, 마땅한 좌완 불펜이 없는 SSG는 KT 왼손 타자 김민혁 차례가 되자 김광현을 내보냈다.

최종 결정은 이숭용 SSG 감독이 내렸으나 김광현 본인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광현이 큰 경기에서 구원 등판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2022년 한국시리즈에서 김광현은 마무리 투수로 나서 팀의 우승을 결정지었다.

그러나 당시의 김광현과 올해의 김광현은 달랐다. 젊었을 때만큼의 구위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결국 김광현의 구원 등판은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김광현이 등판하자 KT는 대타 오재일을 내세웠다. 김광현은 오재일에 우전 안타를 맞아 무사 1, 3루의 위기를 만들었다.

결국 후속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포를 헌납했다. 1, 2구 직구가 모두 볼이 되면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김광현은 3구째 체인지업이 실투가 되면서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이후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으나 이미 리드는 KT에 넘어간 후였다. 에이스의 구원 등판에도 역전당한 SSG는 9회초 찬스를 만들지 못한 채 가을야구 티켓을 KT에 내줬다.

시즌 막판 질주로 품을 수 있게 됐던 SSG의 가을야구 꿈은 물거품이 됐다. 김광현의 2024시즌 마무리는 누구보다도 씁쓸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