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곽튜브’ 캡처
유명 유튜버 곽튜브가 지난 28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토크 콘서트를 취소했다. 과거 같은 그룹 내 멤버를 따돌렸다는 의혹을 받는 가수 출신 배우와 촬영한 콘텐츠가 논란이 된 직후다. 영상 속 곽튜브는 해당 배우에게 “(가해자로) 오해받는 사람한테 피해 주는 것 같았다”고 했고, 이는 ‘곽튜브가 따돌림 가해자를 두둔한다’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영상은 사과문과 함께 삭제됐으나 비난이 이어졌고, 자신을 곽튜브의 동창이라고 주장한 한 네티즌은 “곽튜브가 학창시절 물건을 훔쳤다” 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다.
사회적 논란이 된 유명인을 사적으로 단죄하려는 대중의 ‘디지틴(digital guillotine·디지털 단두대)’ 현상이 점차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인물, 기업을 보이콧함으로써 변화를 일으키려는 움직임인 ‘캔슬 컬처’ 현상이 즉각적 처벌, 과격한 비난에 과중한 형태로 격화한 것. 앞서 올 5월에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경북 영양군에서 촬영한 콘텐츠 속 지역 비하 발언으로 단두대에 올랐다. 사과문을 발표하고, 영양 지역축제 기간에 맞춰 홍보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 중이지만 사태 이후 ‘구독 취소’를 결정한 구독자 수는 약 32만 명에 달했다.
디지틴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해 대중 주목도를 빠르게 높이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속결 처단에 급급할 경우 사회 전반에 대한 근본적 숙고보다는 찬반 여론에 따른 ‘악인’ 한 명을 제거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구독자 수와 조회수 등이 수익과 직결돼있고, 연예 기사 댓글이 제한된 포털사이트와 달리 노골적인 댓글을 달기 쉬운 SNS 특성상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은 사과를 강요받는 압박에 시달리기 쉽다.
유튜브 ‘싱글벙글’ 캡처
유튜브 ‘싱글벙글’ 캡처
유튜브 채널 ‘싱글벙글’은 올 6월 “안마기가 좋으면 뭐 하니, 군대 가면 쓰지를 못하는데”라며 웃는 영상으로 ‘군인 조롱’ 논란을 샀다. 그러나 이는 군인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진 못한 채 채널 측의 사과와 영상 삭제에 그쳤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최근 디지틴은 합리적 의견 대립이 아닌 집단적 몰아가기 양상을 띠면서 오히려 본질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 되고 있다”며 “정치, 사회적으로 중대한 문제를 향해 의견을 냈을 때 개진이 어려운 사회구조로 인해 사소한 문제에도 과격하게 결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가 유명인에게 유독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요구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재근 사회문화평론가는 “서구권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대중의 도덕적 잣대가 엄격한 나라 중 하나”라며 “정답과 오답을 가르기 급급한 입시교육의 영향,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집단주의적 사고 등 영향으로 인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따지고 실수 만회를 지켜보기보다는 심판부터 하려는 경향이 크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