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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의대도 “휴학 승인 불가피” 확산 조짐…교육부 “고강도 감사”

입력 | 2024-10-02 16:48:00

서울대發 ‘휴학 승인’ 대학 확산 움직임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열람실에 가운이 놓여 있다. 정부의 동맹휴가 불가 방침에도 서울대 의대는 9월 30일 밤 학생들이 지난 2월부터 제출한 1학기 휴학계를 일괄 승인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대 의대가 전국 의대 40곳 중 처음 의대생 휴학을 승인하면서 다른 대학에서도 의대생 휴학 승인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학칙상 총장 대신 의사인 의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가진 대학의 경우 ‘시기의 문제일 뿐 조만간 승인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교육부는 2일 서울대를 대상으로 ‘최대 강도의 감사’를 시작하고 전국 의대에 ‘동맹휴학 불허’ 공문을 발송하며 사태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 연세대 의대 “휴학 불가피, 주중 결정”

연세대 의대의 경우 올 5월 이미 교수회의에서 ‘올바른 의학교육을 위해 휴학 승인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다만 학칙상 휴학 승인권이 총장에게 있고 위임 전결 규정에 따라 학장에게 위임된 상황이다 보니 당시는 ‘휴학 및 유급 불가’라는 교육부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연세대 의대 관계자는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본부 측과 다시 상의하고 있다”며 “가급적 이번 주중 (휴학 승인을) 결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나 연세대처럼 휴학 승인권이 의대 학장에게 있거나 의대 학장에게 위임된 대학은 전체 의대 40곳 중 절반 가량에 달한다. 이들 대학의 경우 의대 학장이 의사 후배인 의대생의 유급이나 미등록 제적을 막기 위해 조만간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휴학 승인권을 가진 한 비수도권 사립 의대 학장은 “내부적으로는 가능한 한 휴학 처리하는 것으로 정리한 상태”라며 “서울대가 스타트를 끊은 만큼 다른 대학 동향을 보며 타이밍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휴학을 승인한 후 긴급 내부회의를 열었다는 한 서울 사립 의대 학장은 “일단 이번 달까지 학생 복귀를 기다리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며 “회의에선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른 학교들 움직임이 있으면 우리도 승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했다. 서울의 다른 사립 의대 역시 전날(1일) 대학 본부와 긴급회의를 열고 “일단 이번 달까지는 지켜보고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확산 막아야” 4일 총장 소집

한편 교육부는 이날 오후 직원 12명으로 감사팀을 꾸려 서울대에 파견했다. 감사는 11일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또 언론에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강하게 감사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전국 의대에 다시 한 번 “동맹휴학 허용은 안 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4일에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 40명과 온라인 회의를 하며 휴학 승인 확산을 막을 방침이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상 휴학 사유는 병역, 장애, 임신·출산, 그리고 학칙으로 정하는 사유로 국한돼 있는데 학칙상 동맹휴학을 허용하는 학교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 측은 “규정상 휴학 이유와 상관없이 승인은 학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국 의대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2일 “휴학계 미승인에 따른 집단 유급 사태와 법적 소송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휴학 허용을 간곡하게 요청한다”는 입장문을 냈다.또 KAMC를 포함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6개 의사단체는 이날 공동으로 “서울대 의대의 정당한 결정이 전국 의대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모든 서울대 교수의 모임인 서울대 교수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들을 진급시키겠다는 것은 비교육적 처사”라며 “정부가 강압적 방법을 동원해 대학을 길들이고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면 전국 대학 교수회와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