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동작보건소에서 장애인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동작구 제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정부가 장애인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지정한 85곳의 장애인 건강검진 당연지정기관 중 단 한 곳도 장애인 검진을 위해 꼭 필요한 장비들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당연지정기관은 공공의료원 및 국립대병원 등인데, 4곳 중 3곳은 9종의 필요한 장비 중 1개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중앙의료원-국립대병원도 필수장비 전무
장애인이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선 비장애인용과는 다른 특수한 건강검진 장비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휠체어에 탄 상태로 올라가 체중을 측정할 수 있는 휠체어 체중계, 누운 상태로 신장을 잴 수 있는 장애특화 신장계 등이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건강검진 기관이 운영되기 위해선 이러한 특수 장비 9종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당연지정기관 65곳(75%)은 필수장비 9종 중 단 한 가지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물론 강원대 경북대 부산대 전북대 전남대 등 전국의 주요 거점 국립대학병원들 중에서도 필수장비가 전무한 곳이 적지 않았다. 85곳 중 장애특화 신장계나 영상확대 비디오, 뇌병변 장애인용 대화장치, 점자프린터 등이 구비된 곳도 전무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장애인의 건강검진 수검률은 63%로 비장애인(74.2%) 대비 11.2%포인트 낮았다. 복지부가 지난해 12월 장애인 건강검진 당연지정기관을 선정한 건 이러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장비 확보와 같은 기초적인 후속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비 구입비 정부 지원도 8곳에 그쳐
복지부는 올해부터 장애인 건강검진 기관들을 대상으로 장비 구입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 의원에 따르면 당연지정기관이 85곳에 이르는 데 반해 비용 지원 대상은 8곳에 그치는 실정이다. 국립재활원은 장애인 건강검진 필수장비 9종을 구비하는 데 5277만 원이 들 것으로 추계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