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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장애인 건강검진기관 75%, 필수장비 하나도 못 갖춰

입력 | 2024-10-02 17:33:00

서울 동작구 동작보건소에서 장애인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동작구 제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정부가 장애인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지정한 85곳의 장애인 건강검진 당연지정기관 중 단 한 곳도 장애인 검진을 위해 꼭 필요한 장비들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당연지정기관은 공공의료원 및 국립대병원 등인데, 4곳 중 3곳은 9종의 필요한 장비 중 1개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중앙의료원-국립대병원도 필수장비 전무

장애인이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선 비장애인용과는 다른 특수한 건강검진 장비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휠체어에 탄 상태로 올라가 체중을 측정할 수 있는 휠체어 체중계, 누운 상태로 신장을 잴 수 있는 장애특화 신장계 등이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건강검진 기관이 운영되기 위해선 이러한 특수 장비 9종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연지정기관 지정 이후 8개월이 지난 7월 말까지도 장애인 건강검진 당연지정기관 85곳 중 단 한 곳도 이들 장비를 모두 갖추지 못한 상태로 나타났다. 그나마 가장 많은 장비를 갖춘 곳은 강원특별자치도재활병원인데, 이곳조차 9종 중 4종을 구비하는 데 그쳤다. 

특히 당연지정기관 65곳(75%)은 필수장비 9종 중 단 한 가지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물론 강원대 경북대 부산대 전북대 전남대 등 전국의 주요 거점 국립대학병원들 중에서도 필수장비가 전무한 곳이 적지 않았다. 85곳 중 장애특화 신장계나 영상확대 비디오, 뇌병변 장애인용 대화장치, 점자프린터 등이 구비된 곳도 전무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장애인의 건강검진 수검률은 63%로 비장애인(74.2%) 대비 11.2%포인트 낮았다. 복지부가 지난해 12월 장애인 건강검진 당연지정기관을 선정한 건 이러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장비 확보와 같은 기초적인 후속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비 구입비 정부 지원도 8곳에 그쳐

복지부는 올해부터 장애인 건강검진 기관들을 대상으로 장비 구입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 의원에 따르면 당연지정기관이 85곳에 이르는 데 반해 비용 지원 대상은 8곳에 그치는 실정이다. 국립재활원은 장애인 건강검진 필수장비 9종을 구비하는 데 5277만 원이 들 것으로 추계했다.

복지부는 “당연지정기관 지정 후 장비를 구비할 때까지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도 장애인들이 이들 기관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만큼 정부 예산 지원 등을 통해 장비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미화 의원은 “최소한의 장비조차도 갖추지 못한 공공병원들이 장애인 건강검진기관으로 기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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