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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상품권 20%, 골목상권 아닌 학원비로 쓰였다

입력 | 2024-10-02 17:56:00


동아DB

서울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출시된 서울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액의 약 20%가 입시·교습, 외국어, 미술, 음악 학원 등 사교육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른바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이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가운데, 지역화폐 관련 정책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연도·업종·자치구별 상품권 사용액’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발행된 서울사랑상품권 중 입시·교습학원에 4557억1268만 원, 예술교육 1397억2441만 원, 외국어학원 1330억5530만 원 등 총 7284억9239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발행액(3조7094억 원)의 19.6%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식당 등 음식업점에서 사용된 금액(7047억 원·18.9%)보다 많다.

영세업체에서 사용된 상품권 금액은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업체 매출 구간대별 결제 금액을 살펴보면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업체에서 올해 1~6월 사용된 금액은 976억 원으로 신규 업체를 제외한 전체 결제액(3370억 원)의 29.0%로 집계됐다. 반면 3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 중소업체와 30억 원 초과 대형 업체에서 쓴 금액은 각각 1655억 원(49.1%), 739억 원(21.9%)이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사랑상품권은 학원이나 병원 등 대규모 업장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화폐는) 경기 부양 효과보다 발행, 유통 비용만 들고 특정 업종 쏠림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사랑상품권은 202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서울시 지역화폐다. 구비와 시비를 매칭해 해당 자치구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자치구 상품권과 서울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광역상품권으로 나뉜다.

올 들어 9월까지 자치구별 발행 금액은 재정자립도가 높은 강남구(750억 원)와 서초구(649억 원) 순으로 많았다. 강남구는 가장 적게 발행한 영등포구와 양천구(이상 120억 원)의 6배가량의 상품권을 찍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자치구 상품권은 구비 전액으로 하거나 시비를 매칭해 하는데 재정 상태가 어렵다보니 큰 규모로 발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치구 상품권 발행하면 정말 1, 2분만에 물량이 동나는데 더 발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지역화폐법은 재정 여력이 충분한 지자체는 발행액을 더 늘려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국가 예산이 한정적인만큼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지역 균형 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에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