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나 건국 신화를 가지고 있다. 신화에 따르면 한 나라나 민족의 시조는 신의 자식이거나 동물의 후예인 경우가 많다. 때로는 알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는 그리스 아프로디테 여신의 후손으로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
초기 로마 시민의 대다수는 남자였고 군인이었다. 자손을 낳아 줄 여자가 필요했던 터라 이웃인 사비니인들을 초대해 잔치를 벌였고, 이때 여인들을 납치하고 남자들은 다 죽이거나 내쫓았다. 3년 후 여자들을 되찾기 위해 사비니인들이 로마로 쳐들어 왔을 때, 이들을 중재한 건 바로 사비니 여인들이었다. 이미 로마인들과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기에 이들은 양측 모두와 가족 관계를 맺고 있었다.
신화는 역사가 아니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전승된 일종의 집단 무의식이다. 이 그림이 완성된 1799년, 프랑스는 혁명의 유혈 사태로 빚어진 갈등과 상처를 봉합하고 국민들을 재결합할 필요가 있던 시기였다. 다비드는 뛰어난 궁정 화가이자 정치선전 화가였다. 갈등을 이겨내는 사랑의 힘을 전달하기 위해 잘 알려진 로마 건국 신화 이야기를 택한 것이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