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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여성 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잇다

입력 | 2024-10-03 01:40:00

김홍희 前 서울시립미술관장
‘페미니즘 미술 읽기…’ 펴내
女미술가 44명 작품세계 해석
“고군분투한 작가들께 존경바쳐”




“반대 의견과 문제점을 지적해도 삐치지 않는 사람. 그래서 오는 전화가 스트레스가 아닌 사람. 그 옛날 여성 작가가 남성 큐레이터나 미술관장과는 편하게 얘기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으니까.”(정정엽 작가)

“김홍희는 예리한 안목으로 문학 용어를 사용해 우리 여성 미술의 문학성(쓰기)을 중요한 특징으로 부각시켰다. 이렇게 작품의 맥락을 짚어주고 큐레이팅 해주는 사람을 만난 여성 미술계가 부럽다.”(김혜순 시인)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 여성 미술인들이 모였다. 1980년대 이후 반세기 동안 이뤄진 여성 미술가 44명의 작품 세계를 해석한 김홍희 전 서울시립미술관장(사진)의 책 ‘페미니즘 미술 읽기: 한국 여성 미술가들의 저항과 탈주’(열화당) 출간을 기념해서다. 이날은 같은 주제로 글로벌 미술 전문 출판사 파이돈에서 펴낸 영어 책 ‘한국의 페미니스트 예술가들: 저항과 파괴(Korean Feminist Artists: Confront and Deconstruct)’를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김 전 관장은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은 페미니스트로 호명되든 그렇지 않든 사회 곳곳에 편재하는 불평등을 극복하고, 평등하고 미래가 보이는 사회를 향한 변화 의지를 가진 작가들”이라며 “좁게는 한국 화단, 넓게는 문화계를 위해 고군분투한 작가들께 존경과 사랑을 바친다”고 밝혔다.

책은 페미니즘이 당면한 화두 15가지를 설정하고 이 분류에 맞는 작가 2∼4명을 배치해 소개한다. ‘여성성과 섹슈얼리티’ 챕터에서는 원로인 윤석남과 젊은 작가인 장파를, ‘몸의 미술’에서는 이불, 이피, 이미래를 조명하는 식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문을 연 작가로 나혜석과 천경자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페미니즘 미술 운동의 발아기인 1970, 80년대 중반 민중계 페미니즘, 1990년대 탈모더니즘 경향의 페미니즘, 2000년대의 포스트모던 페미니즘과 2010년대 이후 소셜미디어로 촉발된 ‘넷페미’ 현상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짚은 글 ‘한국 현대 페미니즘 미술의 흐름’과 시인 김혜순의 발문 ‘김홍희라는 접속사―여성 ‘시하기’와 ‘미술하기’’도 수록됐다. 영어 책은 19일 발간 예정이며 출간 기념 패널 토크가 이에 앞서 1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