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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박물관 구석에 있던 국보 ‘고선사지 석탑’ 앞마당으로

입력 | 2024-10-03 01:40:00

7세기 통일신라때 제작된 걸작
다보탑-석가탑 복제품 위치로
해체-이축까지 4~5년 걸릴 듯



1962년 국보로 지정된 ‘경주 고선사지 삼층석탑’. 국립경주박물관은 박물관 외진 곳에 있어 주목받지 못한 이 석탑을 중앙의 야외전시장으로 옮길 예정이다. 현재 야외전시장에 있는 석가탑과 다보탑 복제품은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비바람에 씻기고 깎여 절묘한 옛 모습 사라져 가므로 박정희 대통령이 그것을 보고 미리 먼 뒷날을 걱정한 나머지 두 탑을 새로 만들라 분부했다.’

50년 가까이 국립경주박물관 중앙 야외전시장에 서 있는 다보탑과 석가탑 복제품을 설명하는 비석 문구 중 일부다. 이 탑들은 1975년 경주박물관이 현재의 위치로 자리를 옮길 때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불국사에 있는 실물과 같은 크기로 만들어졌다. 당시 박물관 신축 개관식과 함께 열린 탑 제막식에 박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 두 복제 탑이 이사 가게 됐다. 지난달 26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는 국보 ‘경주 고선사지 삼층석탑’을 야외전시장 중앙으로 옮기는 안건을 조건부 가결 처리했다. 고선사지 석탑은 현재 박물관 입구와 떨어진 신라미술관 근처에 있는데 ‘중앙’으로 오게 되는 것. 밀려나는 다보탑과 석가탑 복제품의 이전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경주박물관은 2017년부터 이전 작업을 추진해 왔다.

석탑들이 연쇄 이동하는 것은 국보인 고선사지 석탑이 박물관 구석에 있어 관람객이 잘 보지 못하고, 복제된 다보탑과 석가탑을 실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 경주박물관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다보탑과 석가탑 복제품을 진짜인 줄 알고 국보보다 더 관심을 보였다. 국보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탑을 옮기기로 했다”고 했다.

고선사지 석탑은 통일신라 전기인 7세기 후반 원효대사(617∼686)가 주지로 있던 고선사에 세워졌다. 1975년 덕동댐 준공으로 절터가 물에 잠기게 되자 경주박물관으로 옮겼다. 석탑들을 해체 조사하고 보존 처리를 거쳐 이축하기까지는 4∼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