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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오운열]바다의 마지막 경고, 해양수산 R&D로 답해야

입력 | 2024-10-04 03:00:00

오운열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올여름 우리나라는 섭씨 40도에 가까운 최고기온을 기록하며 기상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폭염의 영향으로 해수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연안 지역 해양생태계에도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한반도 연안의 대표 어종인 명태는 찾아보기 힘들고 오징어 역시 어획량이 급감했다. 그 대신 자리돔, 파랑돔, 다금바리 같은 열대성, 아열대성 어종이 남해안 이외의 해역에도 출몰하고 있다. 고수온은 양식업에도 심각한 피해를 준다. 실제 양식 어류의 대규모 폐사 사례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해조류 양식도 큰 타격을 입어 수산업 종사자들의 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만 겪는 국지적인 위기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올해 대규모 백화(白化) 현상이 발생했다. 그 여파로 바다 생물들의 삶의 터전인 산호초가 70% 이상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환경의 붕괴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앞서 든 몇몇 국내외 사례는 향후 본격화할 기후변화 재앙의 ‘예고편’이자 ‘바다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국들은 이상기후로 인한 해양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해양수산 연구개발(R&D)에 발 벗고 나섰다.

국내에서도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주도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조기에 예측하고 대응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해양수산과학기술 대전환을 통한 블루이코노미 실현’이라는 해양수산 R&D 비전 아래 해운·항만·수산바이오 등 각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탄소중립 선박연료 기술 개발, 우리 해역에 특화된 해양기후변화 모델 및 장기 시나리오 개발, 에너지절감형 육상양식 시스템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난 상황에서의 안전조치 및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한국형 연안재해 발생 요인 예측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해수온도 상승에 위협받고 있는 K푸드의 대명사 ‘김’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 우량 김 종자 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매진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상관없이 우수한 품질의 김을 육상에서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게 목표다.

지구촌 전체의 위기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해양수산 R&D는 국내에만 머물 순 없다. 내년부터는 남극 해빙 관측체계 구축과 인공지능(AI) 기반 장기 예측 및 계절예측 자료를 생산하게 된다. 나아가 친환경·첨단선박, 블루푸드·바이오, 해양공간·자원, 해양레저관광 등 각 분야 최고 글로벌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와 함께 융·복합형 인재의 공동 양성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해양수산 R&D 중추 국가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산학연관(産學硏官)의 최고 전문가들이 힘을 모은 해양수산 R&D가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 구축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해양수산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오운열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