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직원이 강당을 정리하고 있다. 벽에는 ‘의료체계 붕괴된다’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동아일보DB
지난달 30일 한의사가 의대 과정 2년을 추가 수료하면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해달라는 대한한의사협회의 주장에 조용하던 의사 단톡방은 갑자기 난리가 났다. 대통령실에 모 한방병원 의사 사위가 근무한다는 등 마치 정부가 미리 짜고 치는 듯한 오해들이 오갔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한의사협회는 사실 오래전부터 한의사 입학 정원을 활용해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매년 800여 명의 한의사가 배출되는데 그쪽 분야에선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해 초 한의대 입학 정원을 300명 줄이고, 줄인 한의사 규모만큼 의대 정원을 늘려 달라고 정부 측에 요구했다. 앞으로 의사 수를 늘릴 때 기존 한의대 입학 정원을 의대로 흡수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아 보여 기자도 이런 내용으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본보 3월 21일자 A22면 참조).
최근 서울대 의대가 전국 의대 40곳 중 처음으로 의대생 휴학을 승인함에 따라 다른 대학에서도 휴학 승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휴학 승인 후유증이 점차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현 시점에서 학생들의 휴학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면 이에 따른 집단 유급과 법적인 책임 소송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대 의대 학장이 학생들의 휴학을 승인하면서 정말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대 교육상 한 학기 휴학은 1년 휴학과 마찬가지인 셈이라 당장 내년 예과 1학년은 4500명이 아닌 7500명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현실화됐다.
교육부는 내년에 7500명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예과 1학년, 이들이 전문의가 되는 최소 10년 가까이를 보건복지부와 해결책을 고민하면서 풀어야 되는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필수·지방 의료 살리기와 의사 부족 문제 해결 등 의료 개혁 성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당장 내년에 늘어나는 엄청난 규모의 의대생들을 어떻게 양질의 교육을 할지에 대한 정부 대책은 없어 보인다. 의대 교육을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면 오산이다. 단순히 주입식 교육으로 해결하면 부실한 의사를 양성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국민들이 입게 된다.
환자와 의사들은 응급실도 그렇고 큰 병원 이용도 과거와는 확실하게 다르다고 말한다. 환자의 불편함이 극도에 달하고 있고, 이는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계와 사태를 해결할 골든타임, 놓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