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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경력 前 행정관이 연봉 3억에 기사 딸린 차… 기막힌 낙하산

입력 | 2024-10-03 23:30:00

김대남 페이스북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한 야당 성향 유튜버와 나눈 5시간 분량 통화녹음에는 그가 SGI서울보증 상근감사위원직을 꿰차는 과정이 일부 드러나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취임을 며칠 앞둔 8월 “상근감사는 2인자일지라도 사장이 뭐라 못 한다. 그냥 만고땡(편하다는 뜻의 비속어)이야. G80 제네시스 나오고, 운전기사, 비서 하나 생기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직은) 내가 선택했지. 찍어가지고. 다른 자리는 (임기가) 2년인데, 3년이니까. 3년이면 우리 정부 때까지 다 있는 거지”라는 말도 했다. 그 감사위원직은 급여와 법인카드 등으로 연 3억 원 정도가 지급된다.

그는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뒤에는 “어디 공기업이라도 가서 연봉 잘 받으면서 다음 대권에 누가 나올 건지 예의 주시해서 거기에 올라탄다든지 방법을 찾아야지”라고 했다. 또 총선 때 경기 용인갑 공천을 놓고 검찰 출신 친윤 실세인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과의 경쟁에서 밀린 직후에는 “(선거 때 이원모) 얘를 돕고, (김건희) 여사 쪽에 보험 들어서 공기업 사장이 됐든, 용산에서 다시 비서관을 하든지”라고도 했다. 하나하나가 황당한 발언들로 그가 정치를 왜 하는지, 또 공직관은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SGI서울보증 감사위원직은 그의 부족한 금융 또는 감사 업무 전문성 등에 비춰 볼 때 통상의 경우 넘보기 힘든 자리다. 그의 전임자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감사원 고위 간부를 지냈다. 김 전 행정관의 말처럼 여러 선택지 가운데 임기 3년에 높은 연봉을 받는 자리를 골라잡은 것이라면 더더욱 뒷배경이 궁금해진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구심이 드는 동시에 ‘그가 어떤 기여를 했기에…’라는 의문이 따른다.

그는 공기업 구성원은 물론 납세자들도 좌절하게 했다. 기사 딸린 고급 차에 3억 원 연봉을 받는 자리를 당연히 여기는 태도도 그렇고, 30년을 일해도 손에 닿지 않을 고위직을 다음 대선을 앞두고 머물 정거장 정도로 여기는 것도 어이없다. 이러니 무자격 낙하산 근절을 그토록 요구하는 것이다. 대통령실 출신의 공직관이 이 정도라는 게 놀랍고, 이런 사람이 승승장구한다니 더 놀랍다. 그는 감사 자리에 내정되기 직전에 “(한동훈을 치면) 김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며 야당 성향 유튜버에게 여당 전당대회 개입을 사주하는 듯한 발언이 드러난 상태다. 용산 대통령실은 즉각 진상을 파악해 소상히 설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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