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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블루월 수성-트럼프 러스트벨트 회복에 백악관행 달렸다

입력 | 2024-10-04 03:00:00

[美 대선 D―한달]
‘7대 경합주’서 대부분 박빙
해리스, 민주당 텃밭 분류되는 펜실베이니아 등 3개주 집중 공략
트럼프, 동부 연안 3개주 이기면 경합 4곳 승패 관계없이 대선 승리




다음 달 5일(현지 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 치 앞도 예단하기 어려운 초접전 레이스가 이어지고 있다. 그간 외교·안보부터 경제·통상 정책까지 ‘극과 극’ 대결을 벌여온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 중 누가 백악관에 입성하느냐에 따라 미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정세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 대선은 총득표 수가 아니라 각 주(州) 선거 결과에 따라 확보한 선거인단 수로 대통령이 결정된다. 총 538명인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하는 것. 미국에선 이번 대선이 쇠락한 공업지대인 북동부 ‘러스트벨트’의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19명), 미시간(15명), 위스콘신(10명)과 남부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 지역)의 조지아(16명), 노스캐롤라이나(16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 등 이른바 ‘7대 경합주’에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두 후보는 대부분의 경합주에서 오차 범위 내 지지율을 보이며 접전 중이다.

선거조사기관인 ‘270towin’에 따르면 1일 경합주를 제외한 주들의 지지율을 기준으로 해리스 후보는 226명, 트럼프 후보는 21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고 있다. 박빙의 승부 속에서 두 후보 모두 백악관 입성의 ‘매직 넘버 270명’을 달성하기 위해 총 93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경합주 표심 잡기에 다걸기(올인)하고 있다. 최근 미국 주요 선거조사 기관들은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대선 승리 전략으로 크게 4가지 시나리오를 꼽고 있다.

● 해리스, 러스트벨트 수성과 선벨트 진출에 집중

① 러스트벨트 수성=일단 해리스 후보는 러스트벨트 경합주 3곳 승리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지역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승리하기 전엔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됐다. 민주당의 상징색에 빗대 ‘블루월(푸른 장벽)’로도 불린다.

해리스 후보가 현재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주들에서 선거인단을 확보하고 이들 3개 경합주에서 모두 이기면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트럼프 후보는 268명 확보에 그친다.

② 선벨트 진출=해리스 후보의 경우 러스트벨트 경합주이며 동시에 전체 경합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걸려 있어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패할 경우 타격이 크다. 하지만 선벨트 경합주 4곳 중 선거인단 규모가 큰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 중 하나를 포함해 2곳에서 승리하면 273∼28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 주들은 공화당 지지세가 강하고, 최근에도 트럼프 후보가 근소하게 지지율에서 우위를 보인다. 그 대신 해리스 후보는 흑인 인구 비율이 높은 편이며, 이들이 결집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공화당 소속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후보인 마크 로빈슨 부지사의 노예제 옹호가 논란이 된 것도 호재다.

● 트럼프, 펜실베이니아와 동부 연안 지역에 집중

①러스트벨트 재진출=트럼프 후보도 러스트벨트 경합주에 관심이 많다. 2016년 대선에서 이길 때 러스트벨트 경합주에서의 승리가 크게 기여했다. 반대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했던 2020년 대선에선 여기서 모두 졌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달 16번의 유세 중 4차례를 펜실베이니아에서 했을 만큼 ‘어게인 2016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선벨트 4개 경합주 중 선거인단 규모가 큰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에서 이기고, 러스트벨트 경합주 중 한 군데서 이기면 272∼281명의 선거인단 확보가 가능해진다.

러스트벨트에는 트럼프 후보의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가 많다. 트럼프 후보가 여론조사보다 2∼3%포인트 이상 더 득표하는 이른바 ‘샤이(shy) 트럼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미시간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는 무슬림 인구도 많다. 일각에선 트럼프 후보가 러스트벨트 경합주에서 모두 이기는 ‘레드 웨이브(공화당 바람)’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있다.

②동부 연안지역 공략=트럼프 후보는 대서양과 인접한 동부 연안 3개주(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겨도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는 공화당, 펜실베이니아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다. 다만, 2일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48.2%로 동률. 트럼프 후보는 펜실베이니아가 텍사스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천연가스 생산지란 점을 감안해 해리스 후보가 과거 셰일가스 ‘프래킹’(수압파쇄 추출법)에 반대했던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펜실베이니아 유세 중 “여기서 이기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