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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평원 무력화땐 대충 배운 싸구려 의사 양산” 의대교수들 반발

입력 | 2024-10-04 03:00:00

대통령실 앞 시행령 개정 반발 집회
“고강도 감사로 서울대 압박” 비판도
의사 실기시험 응시 347명뿐… 지난해의 10분의 1 규모 그쳐
의료계 “신규의사 ‘절벽’ 현실화”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 의대 교수 결의대회’에서 의대 교수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교수들은 “의평원이 무력화될 경우 의대 교육의 질이 하락해 제대로 교육받은 의사를 양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800명(경찰 추산 약 350명)이 참석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교육부의 의대 인증·평가 규정 개정안에 반대하며 전국 40개 의대 교수들이 집회를 열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무력화 시도 중단과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를 촉구했다. 올해 의사 국가시험 실기 응시자는 지난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347명에 그치며 내년도 신규 의사 배출과 공중보건의(공보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 의대 교수들 “의평원 무력화 반대”

3일 오후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의평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 의대 교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800명(경찰 추산 350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 교수들은 정부에 △의평원 무력화 시도 즉각 중단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즉각 중단 후 재논의 △필수의료 패키지 및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폐지 △의대 증원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지난달 25일 입법 예고한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규정’ 개정안이 의학 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의평원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평원은 교육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의대 교육을 평가하는 인증 기관이다. 의평원은 ‘의학 교육의 질 유지’를 내세워 이번에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 30곳을 대상으로 6년 동안 매년 주요 변화를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평가 기준도 기존 15개에서 49개로 늘렸다. 의평원 인증을 받지 못하면 신입생 모집 정지 등의 처분을 받는다.

‘무더기 인증 미달’ 가능성이 제기되자 교육부는 개정안을 통해 인증·평가 기준 미달 시 1년 이상 보완 기간을 부여하고 인증 기간이 존재하지 않거나 평가·인증이 불가능한 경우 기존 평가·인증 유효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 “대충 교육한 싸구려 의사 양산”

집회에 참여한 전현직 교수들은 의평원이 무력화될 경우 의대 교육의 질이 하락해 제대로 교육받은 의사를 양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2200명을 교육하던 지방 의대에 2000명을 한꺼번에 증원하면 교육의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의학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의평원을 무력화하고 대충 교육받은 싸구려 의사들이 대충 진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교수들은 서울대 의대의 휴학 승인 후 진행 중인 교육부 감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배장환 전 충북대 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7개월 가까이 수업을 받지 않아 유급돼야 하는 학생들에게 휴학을 승인하겠다는 (서울대) 의대 학장을 대상으로 정부는 초고강도 감사라는 칼을 빼 들어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서울대 교수회도 입장문을 내고 “휴학 승인을 지지하고 정부의 의대 감사 방침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 신규 의사 배출 ‘절벽’ 현실화

한편 지난달 치러진 의사 국가시험 실기에선 응시자가 지난해 10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24일 시행된 제89회 의사 국가시험 실기에는 347명만이 최종 응시했다. 지난해 응시자 수는 3212명이다. 이번 실기시험 인원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며 의대생들이 단체로 국가시험을 거부했던 2020년 응시자(423명)보다 적다.

의료계는 신규 의사 배출과 공보의 수급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신규 의사 배출이 끊기면 공보의 수급도 원활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전문의 수급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여파가 최소 5년은 갈 것”이라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